프로배구 우리카드, 어디로 가나…

입력 2015-03-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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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우리카드의 운명의 시계가 빠르게 돌고 있다. 몇몇 기업과 매각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만만찮다. 매각이 무산될 경우 네이밍스폰서로 배구단을 간접 운영하는 방안과 스포츠운영기업에 위탁관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우리카드는 어떤 길을 걸을까. 우리카드 선수들의 굳은 표정이 불안한 그들의 미래를 말해주는 듯하다. 스포츠동아DB

■ 3월말 구단 운영 마감 앞두고 유력한 선택 3가지


1. 2개 기업과 인수협상 중…매각대금이 걸림돌
2. MG새마을금고 네이밍스폰서…이사회가 관건
3. 넥센처럼 위탁관리…선수들 팔아치우기 우려

우리카드가 10일 한국전력과의 경기를 끝으로 NH농협 2014∼2015 V리그 홈경기를 마감했다. 15일 구미에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주인이 바뀌는 LIG손해보험과의 최종 경기를 남겨두기는 했지만 2년 째 인연을 맺어온 아산 시민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다음 시즌 우리카드가 어떤 모습으로 배구 팬을 찾아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많은 선택의 경우가 있다. 계속 아산에서 팀 이름을 바꿔가며 배구를 할 수도 있고 최초의 연고지인 서울 장충체육관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엔 팀이 해산될 수도 있다. 운명의 갈림길은 3월 말이다.


● 2개의 기업과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우리카드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배구단 운영 포기의사를 밝힌 우리카드는 매각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2개 기업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이 협상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다음 시즌 일정을 확정하기 위해서라도 3월 말까지 매각작업의 결과와 다음 시즌 구단운영에 대한 최종 입장을 문서로 달라고 했다.

우리카드는 2시즌 전 V리그에 가입할 때 투자했던 24억원을 매각대금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고지 가입금 20억원과 V리그참가 가입비 4억원 등을 받지 못하면 배구단 인수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배임죄에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각작업이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갈수록 경제지표가 나빠지는 현실이 영향이다. 1년에 50억∼60억원의 구단운영 비용이 들어가고 매각대금까지 포함한다면 100억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어떤 기업이라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액수다. 매각작업이 성공리에 끝나면 모두에게 좋겠지만 쉽지 않은 눈치다.

플랜B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배구연맹

연맹의 운영일정을 위해서라도 다음시즌 운영주체를 조기에 확정해야 하는 KOVO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만일 매각작업이 무산되고 우리카드가 두 손을 들 경우를 대비해 MG새마을금고의 네이밍스폰서 참여에 대한 답은 받아뒀다. 당초 배구단 인수를 희망했으나 내부사정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새마을금고는 새로운 시즌 네이밍스폰서로 참가해 배구단을 간접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0억원 정도의 광고비용을 내고 한 시즌 동안 배구단 주인으로서의 홍보효과 등을 입증시키면 회사 내부에서 배구단을 인수해 운영하자는 의견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대신 이 방안은 이사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사회는 러시앤캐시 드림식스를 끝으로 더 이상의 KOVO 관리구단 체제는 허락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 위탁관리라는 제3의 길도 있다

만일 이사회의 허락이 걸림돌이 될 경우 제3의 방안도 있다. 몇몇 스포츠운영 기업들은 배구단을 위탁운영하고 싶다는 의견을 KOVO에 전달했다. 프로야구 넥센처럼 자신들이 메인스폰서도 찾아오고 구단운영도 하면서 기회를 보다가 최적의 인수자가 나타나면 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의 반대를 피해갈 수도 있고 관리구단 체제와는 달리 KOVO가 운영에 참가하지 않아 많은 문제점을 피해갈 수 있는 좋은 방안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방안은 중대한 흠이 있다. 만일 우리카드가 선택한 위탁관리 회사가 구단운영의 주체로 선정된 뒤 마음대로 선수를 내다 팔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

지난 2월13일 이사회에서 각 구단은 이번 시즌 끝까지 우리카드 선수들을 영입하지 않겠다는 신사협정을 맺었지만 시즌이 끝난 다음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정식 이사회의 멤버가 된 위탁관리 회사에서 우리카드의 배구단 투자비용을 돌려주고 구단운영 비용을 만들기 위해 중요 선수를 팔 경우 사태는 복잡해진다. 프로야구 넥센도 자리를 잡기 전에는 그런 과정을 거쳤다. 만일 서울 연고권을 원하는 팀에게 따로 연고지마저 팔아 치운다면 단 돈 4억원만 내고 배구단을 인수해 100억원의 가치가 넘는 선수들을 팔면서 배구단을 사실상 공중분해시키는 편법이 나올 수도 있다. 현행 규정의 중대한 허점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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