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 생활체육 특강] 배려를 배우는 두뇌게임…스쿼시의 재발견

입력 2015-06-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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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출발한 스쿼시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라켓스포츠로, 한국에선 50만명의 동호인을 보유하고 있다. 상대 선수가 아닌 벽을 향해 샷하는 ‘배려의 스포츠’로, 누구나 쉽고 편하게 배울 수 있다. 스포츠동아DB

9. 스쿼시

영국에서 시작된 스쿼시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전통 라켓스포츠다. 국내에 도입된 것은 1904년 고종황제 때 외국인 전용 사교클럽인 장충동 서울클럽이 만들어지면서부터다. 이후 특급호텔 등에 외국인들을 위한 시설로 명맥을 이어오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전국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고급 회원제 스포츠클럽에 스쿼시 코트가 설치되면서 ‘고급스포츠’의 이미지를 형성했지만, 현재는 많은 동호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스포츠’로 발돋움하고 있다. 대한스쿼시연맹 등록 클럽 수는 전국에 268개이고, 약 50만명의 동호인이 있다. 연맹 주최 동호인대회 참가자수는 대회당 350명 정도다. 천정을 제외한 사면의 벽을 모두 활용하는 경기로, 1시간에 1000칼로리 이상을 소모시킬 수 있어 재미있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운동프로그램으로 각광 받고 있다. 운동효과 외에도 스쿼시가 지닌 다른 생활스포츠의 면모를 알아본다.


1시간에 1000칼로리 소모…다이어트 효과 만점
작은 공간에서 격렬한 경기…‘배려심’ 기본 규칙
상대 의도 예측 ‘몸으로 하는 체스’ 두뇌 건강도
자유로운 스윙 배우기도 쉬워…생활스포츠 각광


● 배려의 스포츠

모든 스포츠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운영되지만, 스쿼시에선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가 경기운영에 반드시 필요하다. 농구와 축구는 상대의 공격진로를 막아야 하고, 배드민턴과 테니스 같은 라켓 종목은 상대를 향해 강한 샷을 날린다. 이에 반해 스쿼시는 상대 선수가 아닌 벽을 향해 샷하고, 상대 선수의 공격진로를 막으면 반칙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상대 선수의 진로를 열어주고, 스윙할 충분한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스윙을 방해한다면 역시 반칙이다. 작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다이내믹하고 격렬한 경기라 기본적으로 상대를 보호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경기 자체가 성립될 수 없어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가장 기본 규칙이다. 현재 우리사회에 필요한 ‘배려’라는 사회적 규범을 스쿼시를 통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 두뇌게임

‘몸으로 하는 체스(Physical Chess)’는 스쿼시의 또 다른 이름이다. 스쿼시의 매력은 끊임없이 상대의 허점을 노리고, 상황에 맞는 기술을 선택해 상대의 위치를 보면서 공간을 파고드는 것이다. 다른 라켓 스포츠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스쿼시는 상대방과 같은 공간에서 경기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좋은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라켓 스포츠가 갖고 있는 기술(드라이브·발리·드롭·로브 등)에 더해 입체적 벽면을 이용한 기술(보스트·발리 보스트·백월 등)까지 있기 때문에, 다른 라켓 종목들보다 상대의 의도나 기술을 예측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더 많다. 입체적 하나의 큐브(Cube)에서 이뤄지는 공의 진행방향을 익히기 위해선 탁월한 공간지각능력과 각도에 대한 이해력이 필수다. 상대의 움직임, 공간, 기술을 모두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인지전략게임이기에 ‘Physical Chess’라는 이름이 붙었다.


● 배우기 쉬운 운동

모든 스포츠에 있어 동작이나 폼이 중요하다. 테니스만 보더라도 정확한 자세를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또 게임을 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스쿼시는 좀 다르다. 밀폐된 공간에서 다양한 각도로 공이 진행하기 때문에, 동작보다는 순간적으로 볼을 처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다. 그래서 힘들고 지루하게 자세를 배우기보다는 게임을 통해 감각을 익히고 즐기는 것이 스쿼시를 가장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실례로 외국 주니어 경기를 가서 보더라도 스쿼시 선진국의 경우 정형화된 스윙 자세보다는 자유분방하고 개성적 스타일의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필자도 스쿼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지 말라고 당부한다. 우선 공을 맞추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고, 자세가 어떻든 그 속에서 흥미를 갖게 만든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손의 감각, 운동능력과 공간지각능력이 향상돼 스쿼시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스쿼시는 공이 벽을 맞고 돌아오기 때문에 공의 진행만 예측한다면 체력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남녀노소가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다. 힘과 스피드의 스포츠가 아니기에 생활스포츠로서 매우 적합하다. 대한스쿼시연맹 홈페이지(www.koreasquash.or.kr)를 통해 지역별 대표센터 위치와 연락처 등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재미있고 배우기 쉬운 ‘두뇌와 매너게임’ 스쿼시를 접해보면 누구나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한국스포츠개발원 황승현 박사

스쿼시국가대표팀 지도자 강호석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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