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매치] 아픈 역사의 현실 vs 허구 속 진실

입력 2015-06-05 07: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연평해전’-‘소수의견’(아래). 사진제공|로제타시네마·하리마오픽쳐스

■ 영화 ‘연평해전’

2012년 제작발표회 후 촬영중단 우여곡절
교전 장면 실제처럼…희생자 이름 그대로

■ 영화 ‘소수의견’

2009년 ‘용산참사’ 모티브로 다룬 법정극
2013년 영화 완성 불구 개봉연기 ‘외압설’


영화 ‘연평해전’ 포스터- ‘소수의견’ 포스터(오른쪽). 사진제공|NEW·시네마서비스


‘연평해전’과 ‘소수의견’은 이야깃거리가 많은 영화다. 기획부터 제작, 개봉까지 간단치 않은 과정을 거쳤다. 각각의 영화가 담아낸 이야기 역시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물론 재미와 이윤추구가 목적인 상업영화로서의 정체성도 잃지 않았다.


● 지난했던 제작과정

‘연평해전’은 2010년, 제작계획이 처음 알려졌다. 연출자 김학순 감독은 실제 사건이 일어나고 10년 후인 2012년 6월, 연평해전 희생자 유족이 참여한 가운데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후 과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제작비 마련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제작진은 일반 관객에게 투자를 호소했고, 7000명으로부터 모두 25억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2013년 CJ엔터테인먼트(CJ)가 투자배급 계획을 철회하면서 촬영이 중단됐다. 주연이었던 정석원도 하차했다. 표류하던 영화는 NEW가 투자배급사로 나서면서 지난해 7월 촬영을 재개했다. 지금의 출연진도 그때 투입됐다.

‘소수의견’은 2013년 6월, 영화를 완성해놓고 개봉이 차일피일 연기된 경우다. 제작이 완료되고 세상에 공개되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외압 논란이 빚어졌다. 투자배급사였던 CJ가 ‘사내 사정’으로 개봉을 미룬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누구하나 시원하게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탓에 의혹은 잦아들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영화의 원작자인 손아람 작가는 SNS에 개봉연기 배경을 “정치적인 이유”라고 꼬집기도 했다. 결국 올해 배급사가 시네마서비스로 교체됐고 그제야 개봉이 확정됐다.



● 정치적 해석의 여지

두 영화는 각기 실화에서 출발한다. ‘연평해전’은 2002년 한·일월드컵 대한민국과 터키의 3·4위전이 열리던 그 날, 서해에서 우리 해군과 북한 경비정 사이에서 벌어진 교전의 전후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30분간 이어지는 교전 장면은 실제처럼 재현됐고 희생자의 이름도 그대로 썼다.

‘소수의견’을 연출한 김성제 감독은 “영화내용은 100% 허구”라고 밝혔지만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영화는 2009년 1월 서울 용산구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민과 경찰의 대치중 발생한 화재사건인 ‘용산참사’가 모티브다.

이들 영화가 다루는 실화는 단순히 ‘지나간 사건’에 머물지 않는다. 연평해전은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감지한 해군의 초기대응의 부실여부를 놓고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용산참사 역시 공권력의 과잉진압이라는 비판의 여론이 존재한다. 그 해석과 평가는 이제 관객의 몫이다.


● 감상포인트는 ‘희생’ 그리고 ‘법정극’

‘연평해전’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20대 청춘들이 느닷없는 공격으로 희생당한 아픈 역사를 절절하게 담아내려 했다. 북한군과의 교전 역시 치열하고 실감나게 묘사해 당시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하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인다. 하지만 세상을 ‘나’와 ‘너’로 나눈 듯한 이분법적인 구성은 상당히 아쉽다. 이념과 휴머니즘의 비대칭으로도 읽힌다.

‘소수의견’은 치열한 법정드라마를 표방한다. 공권력에 아들을 잃은 힘없는 아버지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청구액은 단돈 100원. 국가권력에 홀로 맞선 소시민과 그를 돕는 두 변호사가 벌이는 극적인 이야기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