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헬로스트레인저 “락도 결국 대중음악…대중이 듣게 만드는게 당연”

입력 2015-06-28 2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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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스트레인저, 사진|에버모어뮤직

이제는 더 말해도 입 아픈 이야기지만 국내에서 록밴드는 주류 장르가 아니다. 그렇지만 많은 록밴드들은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하고 있으며, 이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밴드씬을 지탱하는 하나의 기둥이 되고 있다.

헬로 스트레인저 역시 이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밴드로써, 그 첫 결과물인 ‘안녕의 시작’이 지난 5월 22일 세상에 공개됐다.

물론 헬로 스트레인저의 첫 데뷔곡은 2012년 작 ‘Hello Stranger’이지만 ‘안녕의 시작’은 자신들의 첫 정규앨범이자 밴드가 추구하는 음악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밴드의 프런트맨 강한은 “요즘은 투자대비 소득이 크지 않으니 정규앨범을 안내는 추세이다. 인스턴트 식으로 노래를 내버리니까 정규 1집이라는 의미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며 “하지만 오히려 9곡을 전부 작사 작곡 편곡을 해서 낸다는 것도 의미가 있고, 그렇게 팀이 결성된 지 4년 만에 1집이 나왔다는 것도 큰 의미이다. 4년 동안 더해질 건 더해지고 빠질 건 빠진 음악적 내공이 완성된 느낌이다. 우리들 스스로는 자신 있는 앨범이다”라고 첫 정규앨범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자축하고 자부심을 느낄만한 정규앨범이지만, 4년이라는 시간이 말해주듯 앨범이 나오기까진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했다.

2006년 시나위 정규 9집 ‘Reason Of Dead Bugs’의 보컬로 이름을 알린 강한을 중심으로, 김바다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김승현, 재즈 밴드 비틈과 구름에 참여한 베이시스트 심재영, 키보드 연주자 지동연, 밴드 비틈과 다운헬의 세션으로 참여한 경력의 드러머 김두환으로 구성된 헬로 스트레인저는 결성이후 주로 라이브 위주의 활동을 펼쳐왔다.

헬로 스트레인저 강한, 사진|에버모어뮤직


강한은 “솔직히 우리 같은 스타일들은 홍대나 클럽에서 라이브 하는 무대도 많지 않다. 또 우리 말고도 음악이 좋아서 결성된 많은 팀이 있다”며 “그러다보니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자체제작으로 싱글을 냈다. 그렇지만 결국 퀄리티가 아쉬웠고, 거기다 홍보도 되지 않으니 아무도 듣지 않는 음악이 됐다. 이게 우리에게 다시 상처가 되더라”라고 힘들었던 시기를 털어놓았다.

그러다 인연이 닿게 된 것이 지금의 소속사 에버모어 뮤직이다. 강한은 “(김)바다 형이 친분이 있어서 그 회사를 알게 됐고, 처음 도움을 받고 싶었던 게 녹음실이었다. 홈레코딩에선 사용하기 힘든 여러 장비를 마음껏 쓸 수 있어서 좋았다”며 “그렇게 하다보니 앨범을 내는데 4년이 걸렸다. 사실 곡은 20곡 이상 갖고 있는데, 나머지는 다음 작품에 쓸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인고의 시간 끝에 완성된 ‘안녕의 시작’에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헬로 스트레인저만의 독특한 음악이 담겼다.

강한은 “내가 전형적인 락 보컬 스타일인데, 거의 매일 새로운 음악들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 내 목소리를 어떻게 사운드에 집약할까 고민을 한다”며 “옛것은 버리지 않고 가져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없이 (음악을)만들면 거짓말이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락보컬을 허스키하고 블루지 보컬이라고 한다면 사운드적으로 캐치함을 줄 수 있는 FX소스라든지, 재즈적인 어프로치라든지 섬세하고 몽환적인 기타톤을 사용한다든지 그런 걸 계속 조합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라고 신구의 음악이 조화를 이룬 그들의 작업방식을 설명했다.

헬로 스트레인저의 음악이 독특한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재즈 밴드 출신의 베이스와 드러머가 멤버로 있는 만큼 재즈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곡들도 꽤 있다는 게 그것이다.

헬로 스트레인저 김두환, 사진|에버모어뮤직


드러머 김두환은 “일반적으로 곡을 쓸 때 멜로디가 나오고 그 위에 가사와 리듬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수록곡 중 ‘Love Is A Losing Game’ 같은 경우는 먼저 드럼 리듬이 만들어지고 그 위에 베이스가 더해졌고, 그다음 키보드와 기타 멜로디가 얹어진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라며 “작곡 패턴이 정형화되지 않고, 즉흥적인 연주에서 곡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한은 “곡속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이런 저런 요소를 숨겨놓은 수수께끼 같은 게 나름대로 있다”며 “그래서 누군가가 그걸 찾아내 주면 되게 뿌듯하다”라고 헬로 스트레인저 음악의 또 다른 감상법을 설명했다.

강한은 “드러머가 재즈밴드 출신으로, 헬로 스트레인저라는 밴드 자체가 락에 그런 요소를 접목하면 재밌겠다 싶어서 결성된 팀이다. 그러다보니 리듬적인 부분에 재즈 어프로치가 많이 들어있다”며 “유니크 한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락에서 없었던 실험적인 장르들이기도하고 동시에 위험성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만족한다”라고 자신들의 음악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니크한 시도들이 담긴 헬로 스트레인저의 음악이지만 옆에서 지켜보기에는 다소 어려운 연주로 인해, 라이브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드러머 김두환과 기타리스트 김승현은 “하지만 초반에는 우리도 새로운 시도에 대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초기에는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지’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라며 “지금은 밴드가 연주적인 부분에서는 합이 많이 올라온 상태다. 어려운 곡도 익숙한 느낌으로 연주하고 있다. 진짜 CD와 똑같이 연주한다”라고 쓸데없는 걱정임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어려운 리듬탓에 관객이 당황하는 경우는 발생하기도 한다. 강한은 “‘8/15’는 정말로 8분의 15박자이다. 관객들이 ‘와 신난다’하면서 박수를 치는데 나중에 가면 박자가 엉켜버리고 ‘어? 뭐지’하고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다른 락밴드에서는 흔히 접하기 힘든 에피소드를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헬로 스트레인저 김승현, 사진|에버모어뮤직


음악과는 별개로 헬로 스트레인저가 눈길을 끄는 또 한 가지의 이유는 바로 여성 베이시스트인 심재영의 존재로,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락밴드에서 여성 멤버는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두환은 “다른 밴드는 어떤 목적으로 여성멤버를 영입하는지 모르겠지만, (심)재영이는 워낙에 플레이가 뛰어났기 때문에 영입을 했다. 성별을 떠나 연주실력 하나만 보고 (강)한이 형에게 권유를 했고, 오디션을 통해 영입했다”라고 심재영의 영입과정을 밝혔다.

실제로 다른 멤버들 역시 심재영의 연주 실력에는 엄지를 들고 있다. 헬로 스트레인저 멤버들은 “녹음을 하다보면 가장 빨리 끝낸다. 9곡을 녹음하는데 6시간 걸렸다”라며 “남들이 3~4시간 걸릴 걸 5분이면 끝낸다. 천재적인 플레이어다”라고 그녀의 연주실력에 엄지를 쳐들었다.

이처럼 확실한 실력을 지닌 심재영이지만 가장 막내이고 또 보기 드문 여성 락밴드 멤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팀의 마스코트가 되고 있다.

실제 이번 ‘안녕의 시작’ 앨범 재킷과 타이틀곡 ‘신기루’에 등장하는 우주인은 심재영이 직접 연기한 것이다.

강한은 “처음 앨범 재킷은 이 사진이 아니었다. 다른 작가분들과 멤버들이 함께 나오는 재킷용 사진을 촬영했는데, 잘나오고 말고가 아니라 이미지 콘셉트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며 “그런데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 기왕이면 멤버들이 직접 연기하는 게 재미도 의미도 있을 것 같았고, 시커먼 사람들보단 막내 재영이가 하면 좋겠다고 의견이 모였다”라고 입을 열었다.

헬로 스트레인저 심재영, 사진|에버모어뮤직


이어 “또 재영이는 나름대로 기념 삼아 휴대폰으로 우주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촬영했고, 나중에 이걸 보니 ‘이거다’라는 느낌이 와서 이 사진을 바로 재킷으로 쓰게 됐다”며 “비싸게 재킷을 찍었는데 결국 사용한건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다”라고 에피소드를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처럼 정통성과 참신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추구하고 있는 헬로 스트레인저의 목표는 락의 대중화를 이루는 ‘선구자’ 적인 밴드가 되는 것이다.

강한은 “무대에서 처음 보는 관객들을 상대하면 아직도 긴장이 된다.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을 만족시키면 희열이 있다. 그래서 밴드명이 헬로 스트레인저다”라며 “락이라고 하면 편견이 있는데 그냥 좀 더 다이내믹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아이돌도 락을 많이 하고, 결국은 대중음악의 한 분야이다. 시장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선구자들이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대중음악인데 대중이 안 듣는 음악은 의미가 없다. 계속 새로운 걸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했는데 반응이 없으면 또 다른 시도를 계속해야하는 것이다”라며 “이건 타협이 아니라 내 것을 가지고 더 대중들 구미에 맞게 만드는 고민을 하는 거다. 이것이 우리의 일종의 의무다”라고 앞으로도 더 참신하고 또 대중의 구미를 사로잡을만한 락 음악을 선보일 것을 예고했다.

헬로 스트레인저 지동연, 사진|에버모어뮤직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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