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쇼미더머니4’ 표현의 자유+장르의 특성은 만능간장인가

입력 2015-07-13 16:1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동아닷컴DB

[연예의 법칙] ‘쇼미더머니4’ 표현의 자유+장르의 특성은 만능 간장인가

현재 방송되는 혹은 방송 예정인 프로그램들은 필연적으로 화제성을 갈구한다. 아무리 좋은 기획 의도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 해도 화제의 중심에 서지 못한다면 이는 곧 낮은 시청률 수치로 이어지고 종영이라는 수순을 밟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tvN '쇼미더머니'는 어떻게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이를 활용해 성공작이 될 수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준 프로그램이다. 힙합이라는 장르와 래퍼들의 실력을 돈으로 환산한다는 발상은 물론 야수 같은 래퍼들을 한 자리에 모아 경쟁을 붙여 만들어 내는 시너지는 왜 마니악한 장르로 평가받는 힙합을 소재로 시즌4까지 올 수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화제성은 프로그램에 있어 양날의 칼이다. 눈에 보이지 않은 적정선상의 수위를 지키면 화제가 되고 그 선을 넘으면 논란이 되는 탓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불거진 '쇼미너머니 시즌4' 출연자인 송민호의 가사는 적정선을 지키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

송민호는 지난 10일 방송된 '쇼미더머니'에서 심사위원 앞에서 랩을 펼쳤다. 뛰어난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는데는 성공했지만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리 다 벌려"라는 가사가 여성 비하 논란으로 번졌다.


이같은 가사 논란에 일부 누리꾼들은 거칠고 원색적인 표현이 가능한 힙합 장르의 특성을 들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다른 입장의 누리꾼들은 그런 장르 특성을 고려해도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는 반응이다.

또한 이같은 가사를 편집없이 그대로 내보낸 제작진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분명 논란의 소지가 있는 가사였음에도 필터링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제작진은 "편집상의 실수"라며 본인들의 책임이라고 인정했지만 이미 이 가사는 전파를 타고 말았다. 사고는 사고대로 치고 "불쾌했다면 미안"이라는 말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송민호 역시 이 가사 논란에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래퍼이기 이전에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자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으로서 한번 더 자체검열이 이뤄졌어야 한다.

이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동아닷컴에 "아무리 표현의 자유라고 해도 대상을 가려야 하고 상식적인 개념은 장착해야 한다"고 이번 가사 논란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나는 랩에 욕설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 욕설의 대상이나 목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좀더 사회 현실에 대한 문제나 부조리에 대한 비판의식 같은 것들이 대상이 된다면 어느 정도의 분출구로서 욕설은 가능하다고 봅니다만 그 대상이 특정 성이나 약자들을 겨냥한다면 그건 그저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래 힙합은 태생부터 분노에 기반을 둔 음악 장르다. 기득권 세대로부터 억압받던 계층들이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하고 저항하는데 힙합을 표현한 만큼 가사가 거친 부분은 대중들이 어느 정도 감안하고 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 거친 표현의 화살이 잘못된 곳을 향해선 안된다. 스웩(SWAG)도 좋고 자기가 직접 랩으로 돈을 벌어 구입한 외제차 자랑도 좋지만 거친 가사를 쓰기 전에 어디를 향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 설정부터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