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정 “이젠 아빠 쉬게 해드릴게요”

입력 2015-07-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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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 선수- 아버지 최지연(오른쪽).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최운정과 부친 최지연씨 우승스토리

딸 위해 경찰생활 접고 투어 나선 父情
골프백 메고 8년간 딸과 함께 땀·눈물
극적 우승 후 딸 최운정의 첫 멘트는…
“고생하신 아버지께 감사드려요”

최운정(25·볼빅)은 주니어 시절부터 유망주였다. 중학교 3학년 시절 국가상비군으로 발탁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남들처럼 딸의 뒷바라지에 전념하지 못했다. 아버지 최지연(56) 씨는 경찰관으로 재직 중이었고, 어머니 역시 맞벌이를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최운정은 대뜸 아버지에게 “미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부친 최씨는 딸의 성공을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 22년 동안 일해 온 경찰생활을 그만두고 2008년 딸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오로지 딸의 성공을 위한 선택이었다.

최씨는 모든 걸 내던지고 딸의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사실 그에겐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중·고교 시절 딸을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했다. 남들은 대회에 나갈 때면 함께 따라다니면서 챙겨줬지만, 최씨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최운정은 대회에 나갈 때면 버스와 택시를 번갈아 타고 다니는 날이 많았다. 최운정은 “대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더욱 서러울 때가 많았다.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동료들을 보면 부러웠다”고 회상했다.


최씨가 딸과 함께 미국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미국 진출 첫해 귀국 후 가진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왕이면 좋은 환경에서 배우고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에 미국행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녀의 미국생활은 험난했다.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고, 시행착오가 계속됐다. 프로 데뷔 초기엔 상금을 버는 일보다 컷 탈락하는 횟수가 더 많았다. 퇴직금도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최운정은 포기하지 않았다. 우승이라는 꿈을 향해 함께 달려온 아버지가 있었기에 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조금씩 희망도 보였다. 한 계단씩 성장하면서 우승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2012년 6월 매뉴라이프 파이낸셜클래식에서 준우승을 하며 우승과 가장 가까이 갔다. 2013년 미즈노 클래식과 2014년 호주여자오픈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며 우승에 다가갔다.

최씨도 딸의 우승을 돕기 위해 8년을 함께 땀 흘렸다. 딸이 투어를 누비는 동안 골프백을 메고 옆을 지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최씨의 마음은 무거웠다. 마치 자신이 잘못해서 우승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런 오해도 많았다. 전문 캐디를 쓰지 않고 아버지가 딸의 골프백을 메는 모습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도 있었다.

최씨는 잠시 딸의 골프백을 내려놓기도 했다. 작년 11월 일본에서 열린 미즈노클래식을 앞두고 전문 캐디를 고용했다. 하지만 딸은 극구 반대했다. 최운정은 가슴이 아팠다. 최운정은 “내 실력이 부족해서 우승하지 못했는데 아버지가 캐디를 해서 우승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는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토로했다. 최운정은 다시 아버지를 설득했다. 그리고 함께 약속했다.

“제 꿈은 아빠와 첫 우승을 하는 거예요. 제가 빨리 우승해서 아빠를 쉬게 해드릴게요.”

최운정은 우승 직후 가장 먼저 아버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고생하신 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8년 동안 함께 기다려온 부녀의 첫 우승은 꿈처럼 이루어졌다. 기쁨을 함께 나눈 부녀는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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