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치인트’-‘셜록’의 공통점? 위험한데 갖고 싶은 男주인공의 마력

입력 2015-08-06 15: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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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트웍스

‘치인트’-‘셜록’의 공통점? 위험한데 갖고 싶은 男주인공의 마력

모든 드라마와 영화 콘텐츠 안에서 남자 주인공이 살아남는 방법은 간단하다. 채널 선택권을 쥐고 있는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시선을 고정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들은 예로부터 온갖 방법으로 여심(女心) 공략에 주력했다. 막강한 재력으로 여성들의 판타지를 채워 주거나 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배려와 친절함을 내세워 여성 시청자들의 연애 세포를 깨우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여심을 사로잡는 남자 주인공 스타일이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나만을 바라보고 지켜줄 수 있는 힘과 내가 곤경에 빠질 때 앞장서서 자신을 지켜주는 소위 '짐승남' 스타일이 먹혔다면 최근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에서는 약점과 불안함을 지닌 '초식남' 혹은 '뇌섹남' 주인공들이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BBC 홈페이지


이같은 유행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영국 드라마 '셜록'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시킨 이 드라마에서 그는 목적을 위해서는 여자를 이용하기도 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특히 스스로 '고성능 소시오 패스'로 부를 정도로 뛰어난 두뇌 활용과 때로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셜록의 인간적인 미성숙은 전세계 여성들의 눈에 제대로 콩깍지를 씌웠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소설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히트를 거둔 '트와일라잇'의 로버트 패틴슨을 들 수 있다. 영화 속 그는 피죽도 한 술 못 뜬 것 같은 허여멀건한 피부와 그와 대조되는 붉은 입술로 여성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후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고 싶어하는 욕구와 흡혈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물론 각 세력들과의 싸움에서 때로 상처 입고 두려워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했다.

사진=트와일라잇 스틸컷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사례는 어떨까. 2000년대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인터넷 로맨스 소설에서 싸움은 잘하지만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가 종종 등장했었다. 또한 영화 '늑대의 유혹', 드라마 '시크릿 가든' 속 남자 주인공도 앞서 언급한 초식남-뇌섹남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방송을 앞두고 있는 '치즈 인 더 트랩' 속 남자 주인공인 유정이 시청자들의 기대를 듬뿍 받고 있다. 평범한 여대생 홍설과 교제 중인 유정에게서 여성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남성상이 잔뜩 발견되기 때문.

'치인트'에서 유정은 재력가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주변 사람들의 인망을 한 몸에 받는 소위 '엄마 친구 아들'형 남자 주인공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타인의 약점을 쥐고 활용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 인물이다.

거기에 여자친구인 홍설이 곤경에 빠진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그들을 괴롭힌 이들은 효율적이고 완전하게 매장을 시키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끝까지 드러내지 않는 치밀함까지 갖추고 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지만 여성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드라마화 되는 '치인트'의 남자 주인공 유정 캐스팅 과정에서 팬들의 간섭이 얼마나 극성이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 캐릭터가 여성들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여자를 벽에 밀추거나 저돌적인 기습 키스를 감행하는 마초형 남자 주인공들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때로는 답답하고 나약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하는 '초식남-뇌섹남' 트렌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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