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택시 드리벌’ 김수로 “중·대극장 연극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다”

입력 2015-08-29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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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품바’가 아닌 다른 공연을 보고 컸더라면 지금 얼마나 큰 예술적 영감을 갖고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후배 배우가 될 지도 모르는 어린 친구들이 대극장 공연도 접했으면 하는 마음에 시도한다.”

소극장 규모 연극을 바탕으로 진행했던 ‘김수로 프로젝트’가 이제 중·대극장으로 범위를 넓힌다. 김수로 프로듀서는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택시 드리벌’ 연습실 현장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기자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연극 ‘택시 드리벌’은 영화감독 장진의 대표적인 작,연출극으로 11년 만에 ‘김수로 프로젝트’ 12탄으로 부활하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내달 1일 개막한다. 그동안 소극장을 위주로 진행했던 ‘김수로 프로젝트’와는 달리 이번엔 중극장이다.

일반적으로 뮤지컬로 꽉 채워지는 중, 대극장을 보며 김수로는 “중·대극장 연극이 사라지는 것이 섭섭했다”며 중극장 연극을 과감하게 시도한 이유를 설명했다.

“중극장, 대극장에서 연극을 하려면 보통 나라에 지원을 받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다. 한마디로 망한다. 많이 시도했다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전에 극단 ‘목화’에 있을 때는 대극장 연극을 주로 봤다. 근데 내가 영화배우로 활동한 뒤 ‘이기동 체육관’으로 다시 무대로 돌아왔을 때는 대극장 연극이 없더라. 그래서 ‘김수로 프로젝트’가 소극장 살리기를 중점으로 두고 있지만 중극장, 대극장 연극도 멋지게 올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김수로는 ‘택시 드리벌’을 선택했다. 첫 창작 작품이나 라이선스는 대중들에게 알리기에 시간이 걸릴 것 같았고 친밀한 작품을 올리는 것이 나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택시 드리벌’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이 기말 작품으로 가장 많이 하는 작품 중 하나다. 이 교과서적인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면 대중들과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장진 감독님에게 허락을 구하러 갔다”고 말했다.


장진 감독 역시 김수로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김수로는 “장진 감독이 정말 좋아하셨다. 지금 감독님이 새로운 작품에 열의가 있어서 과거의 작품을 내가 해준다면 기쁜 마음으로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한 작품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박수 칠 때 떠나라’, ‘웰컴 투 동막골’도 곧 무대로 올릴 것”이라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 소시민의 군상을 특유의 맛깔 난 대사로 코믹하고 리얼하게 담아낸 ‘택시 드리벌’은 1997년도 극본의 매력은 살리고 현시대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추가하여 관객들의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낼 것이다. 특히 김수로는 무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는 “강성진 씨가 ‘덕배’였을 때는 무대가 단조로웠다. 장진 감독님은 인물 위주로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무대에 돈을 많이 쓰는 편이다. 이번에는 연출가와 무대 디자이너에게 한 번에 서울이 보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소극장 공연일 때도 무대에는 신경을 많이 쓴다. 이번에도 무대에 우리 이야기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주문했다. 안무 구성도 바꿔 쇼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하지만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나 분위기는 그대로 살려 과거 작품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클래식’처럼 느껴질 거다.”

김수로는 “언젠간 야외에서도 연극을 공연할 수 있길 바란다”며 “하지만 결코 상업성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과거를 잊자는 것이 아니다. 나는 소극장에서 연극에 모든 것을 바치는 이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소극장은 그대로 가면서 중, 대극장과 밸런스를 맞추고 싶다. 아까도 말했듯, 대규모 야외 공연도 시도해보고 싶다. 또 여러 공연을 열어서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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