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일주, 완생이 기대되는 8년차 미생

입력 2015-09-02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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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완생(完生)일 수 없다. 인생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완생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8년차 배우가 있다. 지일주(30). 성공한 배우의 기준을 인지도에 둔다면 지일주는 미생에 불과하다.

2008년 KBS2 드라마 ‘태양의 여자’, 영화 ‘님은 먼 곳에’ 속 단역으로 데뷔 한 후 MBC 드라마 ‘골든타임’(2012), KBS TV소설 ‘삼생이’(2013)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대중에게 가장 존재감을 보여준 작품은 KBS2 드라마 ‘힐러’(2014)다. 극 중 지창욱의 젊은 시절 아버지로 출연하며 지창욱과 닮은 꼴 외모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 8월30일 종영된 MBC 드라마 ‘여자를 울려’에선 황경철(인교진)의 철없는 백수 동생 황경태로 분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지일주에게도 경태처럼 백수인 시절이 있었다.

“3~4년 전만해도 친구랑 라면 하나를 나눠먹었죠. 지금도 작품이 끝났으니까 저는 백수예요. (웃음) 솔직히 TV에 출연하는 배우지만 주인공이 아니잖아요. 저는 올 초에도 아르바이트를 했죠. 최근엔 가수 김조한 형님이 운영하시는 피자집에서도 석 달 일했고 시급도 받았어요.”


연극이 좋아 들어서게 된 배우의 길이지만 군대는 지일주를 ‘방송’이라는 매체로 인도했다.

“고등학생 때 연극반에 들어갔어요. 원래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이과생이었는데 연극반을 계기로 고3때 문과생이 됐죠.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했고 수시로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합격했어요. 연극만 하려고 했는데 군대에 있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죠. 책을 많이 읽었어요. 특히 니체의 철학 책을 보면서 ‘왜 살아가는가’ ‘인간적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고민했고, 책은 ‘소통’이라고 답을 주더라고요. 그때 연극 무대도 너무 좋지만 매체를 통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 어떨까 싶었죠. 연극만이 예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시야가 넓어졌어요. 제대 후에 소속사 없이 혼자 프로필을 만들어서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죠.”

그는 “포기를 생각한 적이 없다”는 말로 연기 열정을 보여줬다.

“연기하면서 힘들어도 먹고 살 수는 있겠다 싶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든 보조 출연을 하든 수입은 생기니까요. 연기와는 다른 쪽이긴 한데 최종 목표 중 하나가 책을 쓰는 거예요. 자서전은 절대 아니고요. (웃음) ‘어린왕자’ ‘모모’ ‘창가의 토토’ 처럼 남녀노소가 모두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요. 제가 맡은 캐릭터를 연구하는 맥락으로 보면 저는 지금 길을 올바르게 가고 있는 거 같아요.”


지적 호기심이 상당한 그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기계, 사진, 미술 등에도 항상 관심을 가진다.

“기계를 좋아해요. 집에 블루투스 기계 만해도 여러 개 있죠. 남들에 비해 정확하게 알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번 학기에 대학원 수업도 듣습니다. 연출, 글쓰기에 관심이 있거든요. 학교 다닐 때는 글을 많이 썼는데 졸업 후 생업에 종사하다보니 글을 내려놨어요. 대학원을 간 이유 중에는 글을 꾸준히 쓰고 싶은 것도 있었죠. 마감일이 있으면 저를 채찍질하게 되잖아요. 영감이든 소재든 뭐라도 나와요. (웃음)”

올해 30대가 된 지일주는 “인생을 멀리 보고 있다”며 “30대에 대학원 진학을 계획했었는데 이뤘다. 글을 쓰고 영화를 하나 만들고 싶다. 나이가 있으니 결혼을 하게 될 거다. 40대, 50대에는 꾸준히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청사진을 그려 향후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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