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DA:다] ‘잃어버린 얼굴 1895’ 국모의 위엄보다는 인간의 연약함으로

입력 2015-09-10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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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가 죽은 지 2여년의 세월이 지나고 한성의 한 사진관의 여인이 방문을 한다. 사진관 벽면을 채운 궁궐 풍경과 왕실 가족사진을 보던 그 여인은 사진사 ‘휘’에게 ‘명성황후’의 사진이 있는지 물어본다. 하지만 ‘휘’는 그의 사진은 없다고 말한다.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않은 명성황후’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한 서울예술단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연출 이지나)는 혼령이 되어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명성황후’라는 판타지 요소와 역사적 사실을 조합해 다면성의 ‘명성황후’를 무대 위로 올려놨다.

‘사진’이라는 도구를 사용한 만큼 오브제는 ‘액자’다. 액자가 가득한 사진관 혹은 액자 안에서 노래를 하고 대사하는 배우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마치 ‘새장’같기도 한 액자 구성은 왕실과 역사 속에 갇혀버린 명성황후와 왕실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사진’이라는 단편적인 모습으로 생겨버리는 사람들의 편견과 판단을 보여주는 것 같다. 또한 액자 속에서 움직이고 말하는 배우들을 통해 역사의 눌림 속에 살았던 인물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인간적’인 면모로 풀어냈다.


이에 ‘명성황후’의 차지연은 결코 단면적인 국모로서의 위엄 있는 모습만을 보이지 않는다. 역사책 속에서나 TV드라마를 통해서 익숙해진 ‘명성황후’이기 전 인간 ‘민자영’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자신을 돌보아주는 ‘선화’에게는 언니와 같이 한없이 따뜻한 존재이자 자신의 험담을 한 백성에게 분노하며 가차 없이 죽이는 냉혹함 그리고 남편 고종의 배신과 조카 민영익의 망명에 의한 그리움 그리고 절정에 이르는 광기까지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무대에 쏟아낸다.

또한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무대 위를 휘젓는 듯한 가무는 언제나 그렇듯 탁월하다. 흰색 의상과 차갑고 어두운 무대를 통해 펼쳐지는 이들의 춤은 전통적인 몸짓이기도 하고 현대적인 움직임 같기도 하다. 특히 굿을 펼치는 단원들의 무대는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 김건혜 등 역시 초연 공연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돌아와 눈길을 끈다.

한편, 서울예술단은 9월 10일 ‘잃어버린 얼굴 1895’를 마치고 10월 9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뿌리 깊은 나무’를 공연한다. 문의 1544-1555.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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