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하연수-초아의 미인계야말로 ‘마리텔’의 약점이다

[연예의 법칙] 하연수-초아의 미인계야말로 ‘마리텔’의 약점이다

호랑이 없는 굴에서는 여우가 왕이라고 했다. 백종원이라는 최강자가 사라진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도 정보와 콘텐츠 대신 애교와 미모로 무장한 출연자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일 방송된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는 전반전 1위로 AOA의 초아가 호명됐다. 이날 초아는 모르모트라는 별명을 지닌 '마리텔'의 감초 권해봄 PD와 함께 실시간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방송을 시도해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초아는 당시 방송에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애드리브와 무대를 통해 다져진 표정연기로 남성 팬들의 마음을 제대로 홀렸다. 이런 지지를 바탕으로 차홍, 김구라, 황재근 등을 제치고 전반전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초아는 김구라의 말대로 '마리텔'의 개국공신이다. 지금의 인기를 누리기 전 '마리텔'에 출연해 다양한 콘텐츠로 1위 등극을 노렸지만 끝내 실패하고 잠시 다른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초아는 '마리텔' 시청자들, 정확히 말하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방송을 지켜보는 누리꾼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법을 제대로 알고 이를 공략했다.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줄여서 미연시 게임의 형식을 그대로 빌려와 남성 누리꾼들의 판타지를 제대로 자극했다.

이에 앞서 지난 방송에서는 배우 하연수가 차홍, 오세득, 박지우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하연수는 그림 그리기, 동화, 쌍방향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지만 결국 거북이 탈과 상큼한 미소로 '마리텔'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다.

특히 하연수는 누리꾼들과 대화를 주고 받으며 때로는 애교를 펼치는가 하면 다소 엉뚱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끌어 모았다. 해당 회차에서 가장 부실한 콘텐츠를 들고 나왔음에도 1위를 차지한 이유는 결국 그 방의 주인이 하연수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초아와 하연수가 얻은 1등이라는 결과와 이를 위해 쏟아부은 노력이 폄훼되어선 안된다. 그들이 받은 결과는 누리꾼들의 선택이 만들어 낸 것이며 이 선택을 받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까닭은 이들의 우승으로 '마리텔'이 콘텐츠가 아닌 요소로도 충분히 1등을 거머쥘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마리텔'에 출연해 새로운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려고 할까. 열심히 땀 흘려가며 춤을 추고 팔이 떨어지게 프라이팬을 흔들어 본들 결국 애교 한 번, 윙크 한 방에 우승은 저 멀리 날아가 버릴텐데.

최강자가 없을수록 그 자리를 노리는 이들의 노력을 더욱 치열해야 한다. 외모나 윙크가 아닌 콘텐츠로 승부하는 '마리텔'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길 기대해 본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