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재환 “박명수·무한도전, 하늘이 내게 준 선물”

입력 2015-10-07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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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안녕하세요, 어머 반갑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다소곳하지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MBC ‘무한도전-2015 영동고속도로가요제’에서 최대수혜자로 손꼽힌 유재환이다. 방송 중 박명수가 “재환아~!”라고 불렀을 때 홍조를 띄우며 아이유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했던 그는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네네, 그렇습니다. 선배님”, “우와, 선배님 정말 잘 하십니다”라며 ‘호통’ 박명수를 의도치 않게 쥐락펴락했던 유재환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무한도전’ 가요제는 끝났지만 유재환의 인기는 지금부터다. 지난달 23일 첫 디지털 앨범 ‘커피’를 낸 후 음원 차트 1위를 했고 MBC ‘라디오스타’ 와 각종 라디오 방송을 두루 섭렵하며 재치 있는 입담으로 차세대 방송인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런 탓인지, 일주일 내내 방송 스케줄이 꽉 차 있어 여느 연예인 남부럽지 않게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인기에 그는 “꿈 같은 나날을 지내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반응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꿈으로만 갖고 있었습니다. 언젠간 이런 날이 올 수도 있을 거란 상상은 해봤지만 실제로 되니 어안이 벙벙할 정도입니다. 남들이 말하는 ‘유명인사’가 돼서 좋은 방송에 출연하고 데뷔 앨범을 내기도 하고요. ‘무한도전’ 역시 생각지 못한 출연이었는데 이로 인한 삶의 변화는 더더욱 피부로 와닿지 않네요. 지금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하하.”

처음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내비친 ‘무한도전’은 애초에 박명수의 계획도 아니었고 유재환의 야심 따위는 담겨있지 않았다. 단지 유재환이 아이유의 팬임을 알고 있었던 박명수는 사진이라도 같이 찍으라며 “재환아~!”라고 크게 불렀을 뿐이었고 떨리는 마음에 자장면을 실수로 더 주문한 모습이 재미있게 비춰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무한도전’에 출연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정말 아이유님 때문에 가수가 되려고 결심을 했거든요. 그날 아이유님을 보는데 정말 심장이 두근거렸고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좋았는지 김태호PD님께서 편집을 정말 잘해주셨고 계속 재미있는 모습을 담아주셔서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태호PD님 정말 감사합니다.”


유재환은 누구보다 형님 박명수 그리고 한경호 이사에게 감사함을 전달했다. 그는 “평생 박명수 형님을 쫓아갈 것”이라며 남다른 의리를 전하기도 했다.

“방송에는 만날 저를 구박하거나 발로 걷어차시는 모습만 비춰졌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사람을 잘 챙겨주시는 분도 없어요. 지금 이사님이나 코디네이터 분이 10년 이상을 형님과 함께 하셨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일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박명수 형님이 없었으면 저는 없었을 겁니다. 평생 동안 이 은혜를 갚아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정말 언제나 형님 곁에 있고 싶어요.”

특히, 유재환이 유명해지며 수많은 방송제안이 들어오자 박명수가 가장 많은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고. 그는 “명수 형님께서 제가 방송을 출연하는 것을 유심히 살펴봐주신다. 늘 ‘재환아, 네가 방송도 참 잘하는데 음악인의 모습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하신다”라며 “형님은 ‘난 네 음악이 좋거든. 그래서 과다한 방송 출연으로 네 희소성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해주신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신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한경호 이사님께도 정말 감사하다. 박명수 형님 일만 봐주시기도 바쁘실 텐데 제 일까지 일일이 다 챙겨주신다”며 “이번에 디지털 앨범을 낼 때 홍보해주시느라 애를 많이 쓰셨다. 가수에겐 앨범 홍보만큼 중요한 게 없다. 이사님 덕분에 홍보가 잘 돼 음원도 1위를 하고 방송도 나갈 수 있게 됐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첫 디지털 앨범 ‘커피’가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유재환은 펑펑 울었고 박명수는 옆에서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고. 요즘 그의 부모님은 아들이 잘 되는 모습에 손수건을 적시고 주변 지인들에게 ‘네가 잘 돼서 정말 잘 됐다’라며 전화와 문자를 끊이지 않게 받고 있다. 유재환은 “이게 무슨 천운인지 모르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커피’는 작년 말이나 올해 초에 발매될 예정이었는데 MBC ‘무한도전-토토가’가 잘 되고 명수 형님이 소찬휘 선배님과 음원 작업을 하시느라 제 앨범 발매 시기를 잠시 늦췄습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가요제로 이름이 알려지고 나서 앨범이 나가게 된 거죠. 이미 박명수 형님께서 프로듀싱을 마치신 상태였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앨범이 발매가 됐고 다들 이런 횡재가 어디 있냐고 하더라고요. 저도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요.”

유재환은 처음부터 본명으로 활동하진 않았다. ‘유엘(UL)’이라는 이름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자신의 성인 ‘유(U)’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가수인 존 레전드(John Legend)의 ‘엘(L)’을 땄다.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존 레전드’를 존경했다”며 “피아노와 보컬 그리고 작사까지 잘하는 모습을 보고 반했다”라며 음악의 꿈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비록 실용음악 전공을 하진 않았지만 음악의 갈증은 누구보다 강했고 스무 살 때부터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원래 남들 앞에서 제 장기를 뽐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학생 회장선거에도 나갔어요.(웃음) 방송에서는 카메라가 낯설어서 다소곳하고 소심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원래 성격은 활발합니다. 아하하. 그래서 무대에 서는 꿈을 꾸기 시작했죠. 그러다 제가 ‘작사, 작곡’이라는 좋은 재능을 발견하게 되면서 음악의 매력에 확 빠지게 됐죠.”


그렇게 음악활동을 하다가 3년 전 박명수와 인연을 맺게 됐다. 과거 곡을 구하고 있던 박명수에게 국악을 더한 음악을 가져갔다. 박명수가 바랐던 곡의 기준을 착각해 가져간 곡이긴 했지만 박명수는 유재환의 성품이나 곡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 했고 그 때부터 여러 작업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

“명수형님께서 이후에 작업실도 제공해주시고 장비도 다 사주셨어요. 밥도 매일 사주시고요. 제겐 아버지 같은 분입니다. 제가 은혜를 갚아야 하는데 솔직히 형님께서 제게 금전적인 부분을 바라실 분도 아니라서요. 한 살이라도 어린 제가 형님 옆에서 음악적으로 젊음을 더 알려드려서 형님과 계속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니 방송도 열심히 하고 싶지만 무엇보다 음악인으로서 최고의 곡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제가 좋은 운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씀해요. 제가 데뷔한 상태에서 유명세를 탄 게 아니라 유명해진 상태에서 데뷔를 했기 때문에 앞으로 저는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된다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할 일은 음악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직까지 ‘인기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건방진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열심히 하는 것, 그게 지금 절 좋아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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