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쓸쓸해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이한철의 가을’

입력 2015-10-27 12:3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이한철 제공

뮤지션 이한철이 사계절 프로젝트의 두 번째인 가을편을 발표하며 짙은 감성의 노래들로 돌아왔다.

앞서 지난 3월 '봄날'을 발표한 이한철은 당시 작업물을 계절별로 정리하면서 사계절 프로젝트를 구상했고, 신곡과 새롭게 녹음한 기존곡을 더해 가을 앨범 '늦어도 가을에는'을 완성했다.(음원으로는 9월 '가을'과 '옷장정리', 10월 '출렁이는 달빛'과 '늦어도 가을에는', 11월 '거짓말', '집으로',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이 각각 발매될 예정이다)

가을 앨범답게 '늦어도 가을에는'의 수록곡은 약간은 쓸쓸하고 관조적인 가사들의 곡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한철은 "계절감이라는 건 사실 나도 더듬더듬 찾아가고 있다. 앨범을 내고 나서 '이런 느낌도 하나 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그래도 일단 봄이 발랄함이라면 가을은 왠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생각한다. 가을은 독백이나 조용히 말하기 같다"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악기구성도 대부분이 단촐하게 진행됐으며, 나즈막이 읊조리는 듯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이한철은 "가을을 풍요롭고 여유있는 계절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혼자 뭔가를 보고 느끼고 만들다 보니 관조하게 되고 쓸쓸한 느낌을 끌어내고 있다. 그런 온도 차가 좀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용한 독백같은 앨범이라고 표현했지만 이한철 특유의 따뜻함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거짓말'처럼 차갑고 아픈 곡도 있다곤 하지만, 각 곡에는 쓸쓸함을 어루만지는 훈풍같은 느낌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실제 이한철은 장조 코드를 즐겨 사용하는 뮤지션으로, '늦어도 가을에는' 역시 '거짓말'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조 코드로 진행된다.

이에 이한철은 "그렇게 말하니 내가 봐도 가사는 쓸쓸하지만 노래분위기는 또 따뜻한 것 같기도 하다"라고 수긍했다.

이어 이한철은 "내가 쓰는 곡이 7~80%, 아니 8~90%가 다 장조곡이다. 장조곡 안에서도 슬픈 발라드가 표현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기타잡고 코드를 잡으면 딱 장조가 잡힌다. 그게 사람의 기본 성향인 거 같다. 거기서 나름 결이 다른 느낌으로 쓰는 게 내 작곡 패턴이다"라고 밝혔다.

더욱이 이한철은 곡의 느낌을 넘어 가수에 대한 이미지가 노래에까지 적용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이한철은 "2012년에 발표한 '작은방' 앨범은 '다크사이드 오브 이한철'이라고 하고, 작정하고 어둡게 만든 앨범이었다. 습관적으로 밝은 노래만 만드는 것 같아서 그걸 내놨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 정도는 정말 밝은데, 따뜻한데' 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라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렇게 보면 곡의 분위기와 스타일은 딱 이한철다운 앨범이지만, 외적으로 흥미로운 트랙도 존재한다. 7번 트랙인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이 그런 경우로, 이한철의 노래중 드물게 여성뮤지션과 호흡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이 2009년 처음 발표할 당시부터 박새별과 호흡을 맞춘 듀엣곡이라고는 하지만 그 이후 이한철이 다른 여성뮤지션과 함께 부른 노래를 발표한 적이 전무하다시피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리싸와의 호흡은 상당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법하다.

이한철은 "이 곡을 꼭 앨범에 수록하고 싶었는데, 원곡을 그대로 수록하는 것은 의미가 덜 할 것 같아서 리싸에게 부탁해서 새로 녹음했다"며 "내가 후배들에게 부탁을 받아서 불러주고 한 건 있는데, 내가 부탁해서 같이 부른 경우는 정말 거의 없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앞으로 많이 해야할 거 같다. 앞으로도 보컬 피처링이나 그런 걸 많이 해보고 싶다"라고 밝혀 이후 다양한 협업을 기대케 했다.

이처럼 차곡차곡 자신의 음악 히스토리를 적어가고있는 이한철은, 굉장히 바쁜 2015년을 보낼 전망이다. 다양한 프로젝트와 콘서트 등 하루가 아쉬울 정도로 많은 일과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한철은 "8월에 나우 프로젝트라고 장애인들과 함께 공동으로 작사하고 노래를 부르는 프로젝트를 했었다. 그렇게 나온 곡이 '가까이'라는 곡이다"라며 "그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리주위의 장애인에 대해 더 가깝게 다가가고 이해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주차할 때 자리가 없으면 인도에 비스듬하게 차를 대놓고 어딜 갔다오거나 하지 않나 그런데 전동 휠체어 타는 분이 그런상황을 만나면 그건 그냥 길이 끝나 버리는 거다. 또 그분들은 도와줄 건지 안 도와줄 건지 물어보고 도와주라고 하더라. 호의로 한 일이지만 그분들을 더 힘들게 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말 의미있고 재미있는 프로젝트였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최백호님이 개관한 뮤지스탕스에서 '무소속 프로젝트'와 '주경야학'을 진행한다. 무소속 프로젝트는 말그대로 소속이 없는 인디뮤지션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이고, 주경야학은 직장인 뮤지션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라고 여러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음을 알렸다.

여기에 이한철은 25일 '늦어도 가을에는' 발매기념 콘서트를 진행했으며, 앞으로 전국 각지에서 카페 라이브를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한철은 "'봄날' 앨범이 나오고 늦봄에 1인 라이브로 지방을 자주 갔다"며 "버스킹 바로 뒷단계 격인 공연이었다. 카페를 빌려서 SNS로 관객 모집하고 공연하고 그랬다. 그걸 가을에도 좀 하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 공연기획자를 통해서 일정 수준이상의 규모를 만들어서 하려면 과정도 힘들고 성사가 안될 수도 있다. 그런데 1인 라이브는 그런 변수없이 진행할 수 있다. 또 지방에도 분명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는 있을텐데, 그 사람들은 서울까지 와서 밤에 막차를 탈까 말까 고민하고 그러지 않으면 나와 만날 수가 없지 않나. 그렇다면 조금 연주하기 불편해도 내가 움직여서 만나러가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밴드로 가면, 가면 갈수록 마이너스가 되니까 지금 찾아낸 거 중에 제일 지속 가능한 방식이 1인 카페 라이브인 것 같다"라고 1인 카페 라이브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끝으로 이한철은 "내년에는 여름과 겨울 앨범의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며 "내가 걸어온 음악 히스토리에서 특별한 작업을 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혼자 역사를 써나간다는 사명감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내 안의 음악적인 요소를 표현해보자에 가까운 작업이다"라고 덧붙여 이후 이한철다운 여름과 겨울을 예고했다.

사진|이한철 제공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