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트로트계 베이글녀’ 장미, 데뷔 12년차에 찾은 ‘진짜 신인 기분’

입력 2015-10-29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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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사진|범엔터테인먼트

오랫동안 가요계에 관심을 가져왔고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트로트가수 장미를 보고 ‘어 낯이 익은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8월 신곡 ‘꿀이다’를 발표하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미는 공식적으로는 ‘신인’ 트로트 가수이다.

하지만 장미가 처음 가요계에 얼굴을 비춘 건 2004년, 트로트가수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2007년으로, 단순히 경력으로만 놓고 보면 베테랑, 중견 가수라는 말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다.

물론 데뷔 12년차에 신인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배경에는 자의로 어찌할 수 없었던 기구한 사연들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가수 활동을 이어 올 수 있었던 힘은 분명 장미 스스로의 의지였다.

가요계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가수치고 기구한 사연 한 두개쯤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 장미의 경우 그 수가 ‘한 두개’ 정도를 넘어섰고, 또 이야기들이 -장미 스스로 옛이야기를 하는데 부끄러워하지 않고, 상처가 됐을만한 이야기도 무겁지 않게 풀어냈기 때문이지만- 대부분 극적이고 재미있다.

이제는 또 새로운 걸음걸이를 걷고 있는 장미이지만, 그녀의 과거행적을 되짚어보는 것도 앞으로의 행보에 더 관심을 갖고 흥미롭게 지켜봐야할 충분한 이유가 될 듯하다.

사실 데뷔 당시 장미의 포지션은 보컬이 아닌 드러머였다. 2004년 혼성 밴드 리트머스에서 신디라는 이름으로 데뷔한 장미는 “그때가 버즈와 엠씨더맥스 같은 밴드그룹이 유행할 때였다. 그래서 우리도 밴드로 나왔는데, 다른 그룹과 차별을 주기위해 섹시미녀 드러머 콘셉트를 하자고 했었다. 그래서 안하려고 했는데 당시 사장이 ‘3년 열심히 하면 솔로로 데뷔시켜주겠다’라고 하기에 눈 딱 감고 했다”라고 드러머로 데뷔한 계기를 밝혔다.

하지만 그전까지 드럼이라곤 스틱도 잡아본 적 없던 장미가 제대로 활동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장미는 “6개월 정도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랐는데 정말 어려웠다. 손과 발이 다 따로 움직여야하는데 그게 어려웠다. 거기다 하이힐을 신고 베이스와 하이햇을 밟는데, 허리가 아파서 도저히 못하겠더라. 결국 6개월 정도 하고 (리트머스의 활동을)그만뒀다”라고 털어놓았다.

맞지 않은 옷을 벗고, 보컬로서 데뷔를 한 것은 2005년이었다. 그해 신디라는 이름으로 솔로 앨범을 ‘Sweet Violet’을 발표했지만 장미 가수인생에서 가장 아쉽고 우여곡절이 많은 앨범으로 기록되고 말았다.

장미는 “그때 푸켓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는데 우리가 귀국하고 다음날 바로 쓰나미가 왔었다. 너무 섬뜩해 하면서도 다들 ‘이번 앨범 대박날 거 같다’라고 했었다”라며 “그런데 당시 사장이 지병이 악화되면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러면서 방송스케줄이 모두 취소되고 활동 자체를 못하게 됐었다”라고 단 한번의 무대도 하지 못하고 접어야했던 이유를 털어놓았다.

더욱이 ‘Sweet Violet’의 수록곡 ‘제비꽃’은 같은 해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 OST이자 한예슬이 불러 인기를 모은 ‘Memory’와 무단사용 시비가 발생하기도 했다.

장미는 “내가 먼저 곡을 받고 녹음을 해 정상적으로 발표한 곡인데, 작곡가분이 나중에 다시 한예슬 씨가 녹음하게 허락해준 것 같더라. 물론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래도 나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긴 하더라”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문제는 한 방송국에서 마치 내가 한예슬의 곡을 무단 사용한 것처럼 보도를 한 것이다. 발매일이 있고 녹음한 날짜도 있는데 그렇게 보도가 됐다. 정말 동네에 얼굴을 들고 나가질 못하겠더라. 소주 한 병 마시고 방송국에서 시위라도 할까까지 생각했다. 다행히 전후 사정은 밝혀졌지만, 결국 정정보도는 나오지 않더라”라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 ‘버스안에서’로 유명한 자자(Zaza)의 멤버였다. 2006년 새롭게 리메이크된 ‘2006 버스안에서’를 발표하고 다시 활동에 돌입한 자자였지만 여기에서의 활동도 역시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장미는 “그때 지역행사를 하는데, 하루에 한 끼만 먹고 다닐 때가 많았다. 너무 힘이 들어서 버티고 버티다 결국 나오게 됐다”라고 털어놓았다.

장미, 사진|범엔터테인먼트


이처럼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다가 만나게 된것이 바로 트로트였다. 2007년 MC 조영구를 필두로 3인조 트로트 그룹 쓰리쓰리가 결성됐고, 장미는 이 그룹의 메인 보컬로 합류했다.

장미는 “사실 처음에는 안하려고 했다. 주위에서도 트로트를 한다니까 ‘네가 그걸 왜하냐’고 말리기도 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노래를 들으니까 곡이 너무 좋아 곡 욕심이 나더라. 그전까지는 내가 가수가 되고 싶은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노래가 하고 싶은 사람이었던 거다. 곡에 대한 욕심이 나니까 하고 싶은 걸 하게 되더라. 그게 트로트가수로 전향한 계기가 됐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시작한 트로트가수로서의 첫 걸음은 상당한 괜찮았다. 실제 쓰리쓰리의 데뷔곡 ‘그래요’는 그해 성인가요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때 함께 신인상을 받은 곡이 박주희의 ‘그래요’였다.

문제는 이 쓰리쓰리가 태생적으로 유지가 힘든 그룹이라는 것이었다. MC로서도 이미 기반을 가지고 있는 조영구가 멤버로 있는 만큼 개인적인 일정이 빡빡했고, 두 가지 모두를 완벽하게 병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조영구 없이 다니는 행사가 많아졌고, 나중에는 아예 장미 혼자서 다니는 꼴이 됐다.

장미는 “그때 일정이 너무 힘들어서 매니저가 차키를 두고 도망갔었다. 이미 잡혀있는 일정은 해야 하니, 발을 동동 구르다가 어머니가 운전을 해주기도 했다”며 “그 이후로 어머니가 대부분의 일정의 운전을 해줬고, 어쩔 때는 혼자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간 적도 있었다. 어머니가 ‘운전면허증을 따고 전국일주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전국일주를 하게 됐다‘고 하더라”라고 당시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래도 꿋꿋이 활동을 이어온 덕에 좋은 점도 있었다. 지방PD들이 장미를 눈여겨 본 것이다.

장미는 “어쩌다 PD들이 용돈을 주기도 하고, 솔로 활동을 시작하니 알아보고 반가워해주더라. 싸이가 지금처럼 뜨기 전에 지방 행사에서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공연을 했다고 하던데, 나도 그에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공연을 했던 거 같다. 사장님과 매니저가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게 소원일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진짜 열심히 일했다”라고 지방PD들에게의 인기를 이때 많이 쌓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8년 장미라는 이름으로 솔로앨범을 내고 본격적으로 트로트가수로 활동에 나선이후 장미는 광주 KBC와 춘천 MBC, KNN(경남방송) 등의 지역방송에서 꾸준히 MC와 연기자로 활약하며 지역사회에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드디어 2015년 자신이 소원하던 사장님과 매니저를 갖춘 제대로 된 회사의 소속으로 가수활동을 펼치게 됐다.

장미는 “올해 치아가 다 빠지고 새 치아가 깨끗하게 다시 나는 꿈을 꿨는데, 알아보니 새로운 인간관계가 생긴다는 의미라더라. 그런데 정말 예전부터 눈여겨보던 매니저 오빠가 회사 공동대표로 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5년 처음 지금의 대표를 만났는데 그때부터 정말 착하고 성실해서 같이 일하고 싶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인연이 닿지 않았는데, 이번에 같이 하게 돼 정말 기쁘고 또 잘 될 것 같은 예감이다”라고 현 대표와의 만남과 앞으로 발생할 시너지 효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실제로 현재 활동곡 ‘꿀이다’가 지역사회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미는 “지역 행사를 가면 많이 즐거워해준다. 또 내가 몸매가 좋은데, 허리가 19인치이다. 어떤 어르신들은 개인 소장용이라고 무대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어가기도 한다”라고 트로트계 미녀로 각광받고 있음을 알렸다.

12년이라는 가수인생에 대해 이야기한 자리인 만큼 이날 한 시간 전후로 진행되는 여느 인터뷰와 달리 약 1시간 30여분에 걸쳐 진행됐다. 물론 이 역시도 장미의 풀스토리를 듣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인터뷰 내내 장미는 직접 포인트 안무를 선보이거나 개인기를 펼치고,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불러 보는 등 열의를 바쳐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자 장미는 “가수뿐만 아니라 방송 연예학과 출신으로 연기도 가능하다. 실제로 영화, CF, 시트콤에도 출연한 적 있다. 준비된 신인이다”라며 “또 몸매가 예쁘고 나이에 비해 동안이다. 트로트계 베이글녀로 불리고 싶다. 당연히 유명한 가수가 되고 싶다. 지역행사에 가면 내 노래와 트로트 커버곡을 부르고 젊은 친구가 많으면 (비욘세의) ‘Listen’이나 (셀린디온의) ‘My Heart Will Go On’과 같은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가창력이 좋은 편이다”라고 자신의 장점을 줄줄이 늘어놓고 어필하는 열정을 보여 ‘신인가수’ 장미의 행보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었다.

장미, 사진|범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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