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연기한 ‘귀향’…강하나·최리의 울림

입력 2016-02-25 08: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귀향’의 여주인공 강하나와 최리의 연기는 나이와 경력을 무색케 한다. 이들이 영화에 참여하기까지 드라마틱한 과정이 객석으로 전해져 그 감동을 배가한다. 사진은 영화 속 한 장면. 사진제공|제이오엔터테인먼트

■ 영화 ‘귀향’ 두 주인공에 쏟아진 찬사

강하나, 재일동포 4세로 올해 고교 입학
극단 대표 어머니가 직접 시나리오 건네
최리, 한국무용 전공…씻김굿 장면 압권

스크린 속 낯선 두 여배우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면 이내 객석은 훌쩍임으로 젖는다. 일제강점기 위안부 소녀가 겪은 아픔이 지금껏 이어지는 ‘현실’임을 잘 아는 관객의 흐느낌이다. 영화 ‘귀향’(제작 제이오엔터테인먼트)은 개봉 전 국내외 시사회에서 그렇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런 울림의 두 주인공은 관객에겐 아직 낯설다. 2000년생 강하나(왼쪽 사진)와 1995년생 최리(오른쪽). ‘귀향’으로 연기를 시작했지만 경력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배역에 온전히 몰입한 배우의 흡입력으로, 영화를 ‘다른 차원’의 작품으로 완성했기 때문이다.

‘귀향’은 1943년과 1991년을 교차해 보여준다. 강하나는 과거, 최리는 현재의 인물이다. 시대는 달라도 운명은 연결돼 있다. 영화의 극적인 사연만큼 강하나와 최리가 ‘귀향’에 참여한 과정 역시 드라마틱하다.

영화 ‘귀향’의 강하나-최리(오른쪽). 사진제공|제이오엔터테인먼트


강하나는 재일동포 4세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 올해 고등학교 입학을 앞뒀다. 또래들은 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모르지만 그는 달랐다. 부모의 영향이 크다. 어머니는 재일동포 극단 ‘달오름’을 운영하는 배우 김민수다. 2014년 ‘귀향’ 제작 소식을 접한 뒤 연출자 조정래 감독과 만났고, 딸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다. 조정래 감독은 강하나가 “어린 나이였지만 역할을 소화해낼 만한 건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었다”고 돌이켰다.

극중 강하나는 ‘신발공장 가는 줄 알고’ 14살에 위안부로 끌려간다. 전쟁보다 끔찍한 상황을 겪지만 희망 역시 놓지 않는다. 그 모습은 관객에게 영화를 외면할 수 없게 한다. 엄마 김민수도 함께했다. 위안부 소녀를 관리하는 일본인 노리코 역이다.

또 다른 주인공 최리는 무녀 역할이다. 시간이 흘러 할머니가 된, 또 다른 위안부 소녀(손숙)의 마음을 위로하는 인물로 클라이맥스를 책임진다. 소녀들을 기리는 ‘씻김굿’ 장면에서는 대학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이력이 빛을 발한다.

연기 경력이 없는 최리가 영화에 뛰어든 배경은 조정래 감독과 맺은 인연 덕분이다. 조정래 감독이 4년 전 만든 국악 합창이야기 ‘두레소리’에 짧게 참여했다. 이어진 ‘귀향’ 제의에 망설임 없이 응했다.

강하나와 최리는 촬영이 시작되기 전, 1년 반 동안 워크숍에 참여했다. 연습실을 빌려 시나리오를 읽고 토론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머무는 나눔의 집도 여러 번 찾았다. ‘마음’으로 연기에 접근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