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치인트’, 모두가 해피엔딩일 순 없는건가요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이 종영을 2회 앞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웹툰 원작자와 드라마 제작진의 갈등이 주연배우 박해진과 서강준의 분량 불균형 문제로까지 번진 것이다.

논란은 동명의 웹툰 원작자 순끼가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드라마 엔딩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불거졌다.

순끼는 “원작과 다른 결말을 요청했으나 원작에 충실하게 제작된다는 말을 들었다. 6회 이후에는 시나리오를 받지 못해 어떤 내용으로 제작되는지 알 수 없었다. 드라마가 제작되는 동안 연락을 받지 못했고 14회 촬영 직전 엔딩에 대한 문의가 왔다”며 “원작과 다른 엔딩을 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엔딩 내용은 물론이고 연출마저 흡사했고 나는 이 부분에 항의하며 엔딩을 다르게 하라고 재요청했다. 내가 제작진에 원하는 결말을 요구한 적이 없다. 겹치지 않게 제작해주기를 부탁했을 뿐이다. 내가 원하는 내용을 강요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순끼 작가의 글에서 시작된 일명 ‘치인트’ 논란은 주연배우 박해진(유정 역) 분량 축소 음모론에까지 이르며 불필요한 감정 싸움으로 소모되고 있다.

이 같은 ‘치인트’를 둘러싼 논란이 안타깝다. 주변 환경 때문에 배우들의 호연이 묻혔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아쉬움을 남긴다.

박해진은 ‘치인트’에서 경영학과 4학년 유정 역을 맡아 완벽한 남자지만 위험한 본성을 숨기고 있는 인물을 특유의 서늘한 눈매와 포근한 미소로 표현하며 매회 호평 받았다. 웹툰의 유정이 곧 박해진이라는 느낌이 들 만큼 완성도 높은 연기였다. 하지만 유정은 극이 진행될수록 여자친구 홍설(김고은)의 해결사로만 등장, 주인공이 보여줘야 할 깊은 감정선 자체를 잃어 버렸다.

유정의 분량 축소는 백인호 역을 맡은 서강준에게로 불똥이 튀었다. 주인공이 뒤바뀐데 따른 유정 팬들의 불만과 서강준을 둘러싼 근거 없는 소문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할 사실 하나는 서강준이 보여준 연기력이다. 까칠한 반항아 백인호로 분한 그는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후 ‘웹툰 캐릭터와 너무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겉으로는 껄렁대지만 속 깊은 백인호의 성격을 제대로 표현하며 여심을 사로잡으며 ‘치인트’를 통해 20대 대표 배우로 자리 잡았다.

tvN 측은 “제작진과 순끼 작가, 현재도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며 “제작사와 순끼 작가, 박해진 측과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드라마 결말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힐 수 없는 상태”라고 진전 없는 입장만 전할 뿐이다.

계속된 내홍은 시작 전부터 ‘치인트’를 열광적으로 응원한 시청자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번 드라마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은 시청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드라마를 마음껏 즐길 수 없는 것에 깊이 반성해야 한다.

아직 드라마는 2회가 남아 있다. 오는 3월 1일 종영되는 드라마가 용두사미 꼴이 아닌 해피엔딩이 되길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다. 케이블TV의 역사를 다시 쓴 ‘치인트’는 상처뿐인 훈장으로 기억되기에는 너무 아쉬운 드라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