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신 라이벌전 희비 가른 ‘승리 DNA’

입력 2016-05-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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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이동국(앞 왼쪽)이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골문을 노렸지만 몸을 날린 상대 골키퍼 노동건에 막혔다. 이동국은 아쉬움을 만회하듯 후반 43분 팀의 3번째 골을 책임져 3-2 승리에 힘을 보탰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루이스 역전골…이동국 쐐기골 작렬
수원삼성 꺾고 선두 서울과 승점동률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는 K리그 최고의 흥행카드로 꼽힌다. 뿌리 깊은 라이벌 의식으로 가득 찬 두 팀은 만날 때마다 치열한 혈전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그런데 최근 기류가 바뀌었다. 전북현대의 명문 도약으로 무게추가 조금 기울었다. 전북과 수원삼성은 최근 2년 간 정규리그 1·2위를 지키며 ’신(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지난 2시즌 전적은 5승1무2패의 전북이 우위.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올해 첫 맞대결도 굉장히 뜨거웠다. 홈 팀의 선제골과 전반 경고누적 퇴장, 벤치와 그라운드의 기 싸움까지 맞물려 흥미진진했다. 적지에서 3-2 역전승한 전북은 이날 포항 스틸러스에 1-3으로 무너진 1위 FC서울과 승점동률(19점)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밀린 2위로 올라서며 서울을 바짝 추격했다.


승부 가른 변수

축구는 이변이 많은 스포츠다. 이날도 ‘변수와의 싸움’이었다. 수원삼성은 전반 15분 구자룡의 골로 먼저 웃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38분 경고를 받은 오른쪽 풀백 신세계가 2분 뒤 스로인 과정에서 시간을 끌었다는 이유로 김종혁 주심에게 옐로카드를 받아 퇴장 당했다. 공교롭게도 전북도 같은 아픔이 있다. 지난달 30일 수원FC와 홈경기에서 수비수 이주용이 프리킥을 찰 때 시간을 지체해 경고누적 퇴장을 당했다. 올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APT(실제경기시간) 증대를 위해 시간지연행위를 엄격히 처벌 한다’는 심판 가이드라인을 각 구단들에게 통보했는데, 원정팀이 모두 수혜자가 됐다. “사전 구두경고가 왜 없느냐”는 수원삼성 벤치의 격렬한 항의에도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분위기가 급격히 전북 쪽으로 흘렀다. 수적 우위의 전북은 후반 2분 한교원, 10분 루이스의 연속 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김보경이 2골 모두 어시스트했다. 후반 43분 수원 수비진의 실수를 틈탄 이동국의 쐐기포는 보너스였다.


‘기다린 5월’ 시작된 전북의 쇼 타임

전북은 시즌 개막 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겨울이적시장에서 공격진에 무게를 둔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이뤘지만 기대했던 ‘압도적인’ 모습보다는 2% 부족함이 많이 드러났다. 그렇다고 조급해하지 않았다. 믿을 구석은 변치 않는 ‘승리DNA’였다. 답답하고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4∼5월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규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A컵까지 혹독한 일정이 두터운 스쿼드를 장착한 팀에게 큰 도움이 되리란 판단에서다. 4월 이후 수원 원정까지 전북은 5승4무1패로 상승세를 탔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빈즈엉FC(베트남) 원정에서 2-3 충격의 패배에도 불구, 바람대로 조 1위로 16강에 올랐으니 나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다. 최 감독은 “100%는 아니나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심리적인 안정도 찾았다. 팀 전체가 상승세를 타게 됐다”고 말했다.


● ‘절박한’ 수원, 겹친 불운

수원삼성은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멜버른 빅토리(호주)에 다득점, 골득실 등 모든 면에서 앞섰으나 승자승 원칙으로 눈물을 쏟았다. 결과론이지만 수원이 조 2위가 됐더라면 전북과 챔피언스리그 16강 대진을 완성할 수 있었다. 서정원 감독은 가장 고대한 무대에서 조기탈락한 상황을 ‘자극’이라고 했다. “(탈락 원인은) 분명히 짚고 넘어갈 부분이지만 선수단이 리그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동기부여라는 측면에서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수원삼성은 절박함이 무기였다. 3월 12일 성남FC와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0-2로 패한 뒤 전북전 이전까지 11경기 무패(3승8무)였으나 웃을 수 없었다. 여기에 반등의 기회로 삼고자 한 전북과 안방대결에서 서글픈 불운으로 촉발된 역전패를 경험했으니 쓰라림이 더했다. 추가시간 주장 염기훈의 만회골까지 모든 힘을 쏟아냈지만 허탈하게 꺾인 수원삼성의 푸른 날개는 한없이 초라했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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