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기’ 흥행전선 이상, ‘별’ 볼 일 없네

입력 2016-06-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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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양상문 감독-롯데 조원우 감독-KIA 김기태 감독.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전통의 명가 3팀, 흥행·올스타 팬투표 찬밥
LG·KIA 관중증가 1%, 작년 메르스 감안하면 최악
김문호·김주찬 외 올스타 외면, LG는 아예 없어


LG·롯데·KIA, 국내 프로야구 흥행의 축인 3개 구단을 두고 ‘엘롯기’라 부른다. 물론 이 신조어가 탄생할 때만 해도 함께 하위권에 머무는 등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됐지만, 세 팀이 프로 원년부터 ‘전통의 명가’로 군림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

지난해 세 팀은 8년 만에 가을야구 동반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KIA-롯데-LG 순으로 7,8,9위에 처졌다. 올해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1일까지 LG가 5위로 가을야구 마지노선이고, 롯데가 6위, KIA가 8위에 머물고 있다.

LG와 KIA는 리빌딩 노선을 유지 중이다. 일부 주축선수들이 팀을 지키고 있지만,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롯데는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100억원을 넘게 썼지만 제자리걸음 중이다. 과감한 투자와 육성 사이에서 길을 헤매고 있다. 세 팀 모두 과도기에 놓여있다.

관중 동원만 봐도 세 팀은 실망스럽다. KBO리그는 올해 사상 첫 800만 관중 돌파를 노린다. 21일까지 397만8802명으로 지난해 동일경기수(348만4242명) 대비 14%나 늘었다. 그러나 이는 삼성과 넥센의 ‘새집 효과’ 덕분이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여파도 있다. 1만 명 수용에 그쳤던 낡은 대구시민구장에서 최대 2만4274명 입장 가능한 삼성라이온즈파크로 이사한 삼성은 관중이 배로 증가했다. 증가율 101%. 고척스카이돔으로 옮긴 넥센도 43%나 늘었다.

반면 흥행을 이끌어야 할 ‘엘롯기’ 세 팀은 느림보 걸음이다. LG가 32경기서 53만1485명으로 지난해 52만4013명과 비교해 1% 증가에 그쳤고, KIA도 증가율 1%(33경기·36만1938명→36만6072명)다. 롯데가 8%(30경기·39만7823명→43만1374명) 증가로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LG와 롯데, KIA는 관중 동원에서 각각 2위, 4위, 5위에 올라있다. 전체 흥행을 위해선 이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다음달 16일 열리는 올스타전에 나설 ‘베스트 12’ 팬 투표 결과도 ‘엘롯기’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20일 2차 집계 결과 세 팀에서 1위를 달리는 선수는 고작 2명이다. 롯데 김문호와 KIA 김주찬이 3명을 뽑는 외야수 부문에서 나란히 3위에 올랐을 뿐, LG는 단 1명도 1위 선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표 몰아주기로 올스타 대부분을 차지했던 팀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성적표다. 아직 3차와 최종집계가 남아있지만 낙관적 결과를 예상하긴 어렵다.

올스타 표심이 등을 돌린 이유는 역시 성적 저하에 있다. 팀 순위는 물론 개인 성적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없으니 투표권을 쥔 팬들은 이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 LG와 KIA가 포함된 나눔 올스타엔 2위 NC와 3위 넥센 등이 신흥강호로 떠올라 전통 인기구단들이 밀리는 형국이다.

개인 타이틀 부문 역시 표심을 얻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투타 지표에서 그나마 눈에 띄는 선수는 시즌 초반 4할대 타율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롯데 외야수 김문호(41만1702표)다. 그마저도 두산 박건우(36만1028표)에게 팬 투표 3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팬 투표가 이대로 끝날 경우, 지난해 총 4명의 올스타를 배출한 세 팀은 반토막 성적표를 받아들여야할지도 모른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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