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멤버가 떠나도, 재계약을 앞둬도 ‘비스트는 비스트다’

입력 2016-07-11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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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30대 중반을 전후로 하는 지인들과 '아이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면 '마지막으로 멤버들을 다 아는 아이돌은 비스트'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기자 개인에게 국한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는 비스트가 국내 보이그룹의 역사에서 어떤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유가 어찌됐든 간에 이런 상징적인 그룹에 균열이 발생한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물론 탈퇴전 이런저런 구설수가 있었고, 오히려 5인조 체제를 환영하는 팬들마저 있었지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눈에 띈다는 말처럼 장현승의 공백에 대한 아쉬움이나 걱정도 분명히 존재했다.

이런 변화를 맞이하는 비스트에 대한 아쉬움과 우려, 또는 격려와 응원을 향한 대답이 바로 비스트의 정규 3집 'HIGHLIGHT'이다.

용준형,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양요섭은 "장현승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우리가 같이 무대에 설 때도 느낄 정도로 강렬하다. 그만큼 관객들이 느끼는 에너지가 컸을 거라 생각한다. 그게 빠진 건 비스트에게 안타까운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앨범은)그런 점을 보완하려 했었다. 그 공백이 아예 안보이게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앨범을 준비하고 또 한달간 투어를 하면서 5인 체제로 그 공백이 조금이나마 덜 보이게 하는게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했다. 이 앨범을 듣고 무대를 봤을 때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준비해서 멋있는 모습 보여주려 한다"라고 5인 체제로도 빈틈없는 비스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넘치는 퍼포머였던 장현승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노력한 앨범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타이틀곡인 '리본(Ribbon)'은 비스트 특유의 서정적인 발라드라는 점은 특이하다.

이에 용준형은 "그런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서 파워풀하고 임팩트 있는 곡을 선택한 그림을 상상했는데 그게 오히려 촌스러워 보일 거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가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게 이런 스타일이고, 또 사람들의 감정이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무대를 제대로 보여주진 않았지만 무대를 본다면 이 노래에서도 충분한 퍼포먼스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지켜봐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어 용준형은 "(앨범명은)지금이 하이라이트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번을 (비스트의) 하이라이트로 만들자는 희망적인 의미에서 그렇게 지었다"라고 덧붙여 5인조 비스트로서 새로운 전성기를 다짐했다.

양요섭,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사실 비스트가 마주한 문제는 장현승의 탈퇴 하나 뿐이 아니다. 곧 데뷔 주년을 7년 맞이하는 비스트는 현재 소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와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다. 재계약은 팀의 존속자체가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당연히 팬들에게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실제 이날 인터뷰에서는 비스트의 재계약에 대한 질문도 여러차례 등장했고, 비스트는 당연히 당장 'Yes or No'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양요섭은 "다섯 명이 성격이 비슷해서 그런지 머리 아픈 이야기는 피하려고 한다. 정말로 재계약까지 얼마남지 않은 시점이 되면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새로운 앨범이 나왔고 거기에 집중하자고 했다. 그때 이야기는 그때 하려고 한다. 지금은 일단 활동에 집중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동운은 "20대 중후반에 들어서면서 다시 한 번 인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거 같다. 사실 우리는 (계약기간인)7년을 넘어서 오래, 잘, 열심히 가고 싶다. 많은 응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고 이기광은 "정말 개인적인 생각이고 또 뻔한 말이지만 비스트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있었고, 비스트의 이기광이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있을 수 있었다. 비스트라는 팀에 해를 끼치면면서 개인적인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거 같다. 나 스스로도 해본 적이 없는 거 같고 이 친구들도 똑같은 생각이지 않을까"라고 털어놓았다.

손동운,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또 양요섭은 "사실 비스트없이 활동을 한다는 거 자체가 겁이 난다. 나는 이 친구에게 멤버 이상의 감정이 있다. 일로만 만나는 친구가 아니라 내가 힘들 때, 내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걸 함께 헤쳐나가는 친구들이다. 솔로로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건데, 혼자서는 연예계를 버틸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에게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안하는데 멤버에게는 하는 편이다. (비스트는)정신적인 지주가 되는 존재다"라며 "비스트에 대한 걱정은 전혀 안하셔도 좋을 거 같다. 사실 큐브와의 재계약은 우리만의 생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눠 봐야하고, 아직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결정을 해도 늦지 않을 거 같다. 일단 같은 회사 동료인 포미닛이 해체를 해서 걱정을 하는데 그 점에 대하서는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비스트가 처한 상황상 멤버 탈퇴, 재계약 등 무거운 질문들이 이어지면서 비스트의 답변들도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이에 못지 않게 흥미로웠던 건 진지한 질문들을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비스트의 유쾌함이었다.

자칫 한 없이 무겁고 어두운 인터뷰가 될 수도 있었지만, 비스트는 특유의 유쾌함과 재치넘치는 언변으로 분위기를 가라앉지 않게 했다.

일례로 위의 재계약에 대한 질문에 대해 대답할 때 양요섭은 "멋있게 보일 수 있는 기회"라는 이유로 거듭 고심을 하면 말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포미닛을 비롯해 많은 그룹들이 '8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는 이유를 묻자 "다른 것보다 표준계약서의 계약기간이 7년이라서 그런다. 그게 이유다"라고 직접적이고 정확한 답변 내놓아 웃음을 자아냈다.

또 '용준형의 이별 경험과 이별 노래의 작곡·작사의 상관관계'와 같은 예능형 질문이 나오자 멤버들 전원이 먼저 웃음을 터트리며 용준형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용준형은 "너무 오래되다보니 나도 그런 경험들이 사실 잘 안 떠올라서 많은 곳에서 얘기를 나누려고 하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 '또 오해영'을 보면서 영감을 받아서 그런 감정이 담긴 거 같다"라고 대답했다.)

이기광,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멤버 탈퇴가 있고 재계약을 앞두고 있어도 '비스트는 비스트'라는 걸 보여준 이들은 이제 다섯 명이서 더욱 잘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을 다짐했다.

윤두준은 "작년에 'Ordinary'가 성적이 좋지 못했던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거 같다. 뭔가 물림이 잘 안 맞는 경우가 있다. 뭔가 아닌데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많았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여건 속에서 그런 성적을 거뒀다는 것조차 신기할 정도다. 반대로 그 전전년도에 '굿럭'을 냈을 때는 정말 원활하게 진행이 됐었다. 올해도 작업을 해 본 결과 '앨범이 매끄럽게 진행이 돼야 잘 맞아 떨어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앨범에는 많은 준비를 들여야하지만 잘 되고 말고는 하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은 아직까지는 잘 모르지만, 이번 활동은 후회가 가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손동운과 용준형은 "밤새 스트리밍도 해주고 비스트의 성적을 올려주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런걸 보면 뭔가 의욕이 난다. 힘이 빠지다가도 우릴 위해서 열심히 해주는데 우리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팬들도 많이 혼란스러운 시기일 거 같은데, 혼란스러운 생각은 잠깐 접어둬도 될 듯 하다. 계속 좋은 무대 음악 보여줄수있다고 확신한다"라며 "성적이나 상을 받는다든가 그런 것도 있겠지만, 현재 비스트에게 제일 필요한 건 사람들이 우려하고 걱정하는 부분을 해소시키고, 비스트가 아직 노래가 들을만 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꼭 팬이 아니더라도 우리를 아는 분들에게 고루고루 회자가 되는 게 목표이다"라고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졌다.

윤두준,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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