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베이스볼] ‘돌아온 에이스’ 밴 헤켄과 함께한 3가지 이야기

입력 2016-08-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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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일본으로 갔던 앤디 밴 헤켄이 다시 넥센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로 돌아왔다.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일본으로 갔던 앤디 밴 헤켄이 다시 넥센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로 돌아왔다. 스포츠동아DB

2012년 앤디 밴 헤켄(37·넥센)이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 그는 특급 투수도, 메이저리그(ML) 경력자도 아니었다. 선발로테이션만 꾸준히 지켜주면 감지덕지할 정도였다. 당시 나이도 33세로 적지 않았고, 계약 총액 또한 당시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인 30만달러(2014년 개정)보다 낮은 25만달러였다. 그 해 시즌 시작 전 밴 헤켄에 대한 평가는 이랬다. “8개구단(2012년 당시) 외국인투수 중 가장 평범하다.” 그해 시범경기 3게임에서도 1패, 방어율 4.85(13이닝 7자책점)로 눈에 띄는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우려가 컸던 2012시즌 11승(8패)을 따내며 재계약에 성공했고, 이듬해(2013년)에도 12승을 따냈다. 2014년에는 20승을 거두며 다승왕과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밴 헤켄이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자리매김한 시즌이다. 지난해에도 15승(8패)을 거뒀다. 4년간 넥센에서만 58승을 따내며 부정할 수 없는 ‘효자 외국인선수’가 됐다. 2015시즌이 끝나고 일본 무대(세이부)에 진출하며 넥센과 이별을 고했지만, 연결고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밴 헤켄이 세이부에서 웨이버 공시되자 넥센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계약이 성사됐다. 보장연봉 0원, 옵션 10만달러짜리 계약이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1선발 역할을 부탁한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28일 고척 두산전은 밴 헤켄의 기량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6이닝 동안 4안타 2볼넷 9삼진 1실점(비자책점)의 호투로 301일 만의 1군 복귀전에서 승리를 따냈다. 결정구인 포크볼의 위력은 여전했다. 염 감독은 “첫 경기부터 잘 풀렸다. 야수들에게도 안정감을 주는 계기가 됐다”며 반겼다. ‘돌아온 에이스’ 밴 헤켄을 7월3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났다.

결정구 없어 장착한 포크볼, 첫 실전에서 11삼진!


-넥센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1년 마이너리그(트리플A)에서 뛰고 있을 때 넥센에서 경기를 보러 왔다. 그날 잘 던졌던 것으로 기억한다.(웃음) 마침 한국야구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 흥미를 갖고 있었는데, 영입 제의가 왔다. 아내와 상의 후 한국에서 뛰기로 결정했다.”


-KBO리그에서 장수하는 비결은.

“2002년 어린 나이에 ML 무대를 밟았는데, 팔 상태가 좋지 않았다. 기량도 떨어졌다. 2009년 마이크 폴이라는 투수코치와 만난 뒤부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금도 매년 미국에 돌아가면 함께 운동하고 있다.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자기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넥센에서 뛰는 동안 큰 부상도 없었다. 선발등판 전과 후 자기만의 특별한 관리법이 있다면.

“한국에 오기 전에 나만의 루틴이 있었다. 넥센 입단 후에는 이지풍 트레이닝코치와 꾸준히 함께하며, 기존의 루틴에 또 다른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지금까지 큰 부상을 당하지 않고 꾸준히 던진 비결이다. 이지풍 코치가 관리를 정말 잘해줬다. 1주일에 2번 등판하면(화·일요일) 최대한 휴식을 취하면서 어깨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등 부위에 통증이 있어 보강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있다.”


-포크볼을 던지는 서양인 투수는 흔치 않다.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던지기 시작했나.

“내가 손이 크고 손가락이 유연한 편이다.(웃음) 처음에는 캐치볼을 하면서 장난삼아 포크볼을 던지곤 했다. 그런데 막상 ML 무대에 올라가니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결정구가 없었다. 그래서 당시 트리플A팀 코치였던 제프 존스와 꾸준히 대화하며 나만의 포크볼 그립을 만들었다. 우연히 포크볼을 장착하고 처음 나간 실전무대에서 삼진 11개를 잡았다. 트리플A 경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야구인생에서 넥센은 어떤 의미인가.

“미국에서는 팀을 자주 옮겨 다녔다. 지금처럼 한 팀에서 오래 뛰어본 적이 없다. 넥센은 내 야구인생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12년에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지만, 젊은 선수들이 급성장해 최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올 시즌에는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말 잘하고 있다.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이 젊어졌고, 새 구장에서 뛰다 보니 에너지가 넘친다.”


-가장 큰 변화는 홈구장을 옮긴 것이 아닐까.

“목동구장이 그립기도 하지만, 고척돔은 정말 멋지다. 모든 게 완벽하다. 새 구장에서 마운드와 백스톱 등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첫 등판 때 아무 문제도 없이 정말 편안했다.”

넥센 앤디 밴 헤켄(왼쪽). 스포츠동아DB

넥센 앤디 밴 헤켄(왼쪽). 스포츠동아DB



● 한국시리즈 우승!

-일본무대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나.

“처음 일본에 갔을 때 건강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 구속이 떨어졌고, 더 세게 던지려다 보니 내 메카닉이 무너졌다. 컨트롤에도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든 고쳐보려 했는데, 내 뜻대로 안 되더라.”


-NPB에서 성공하지 못한 아쉬움은 없나.

“도전해봤다는 자체로 기쁘다. 후회는 전혀 없다. 일본에서 더 잘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야구를 즐기진 못했을 것 같다.”


-강한 인상을 남긴 투수가 있었나.

“세이부에도 좋은 투수들이 많았다. 특히 기시 다카유키와 기쿠치 유세이가 인상적이었다. 기시는 제구력이 일품이었고, 기쿠치는 빠른 공과 커브를 잘 던졌다. 특히 기시는 엄청난 경력을 지닌 투수라 많이 배우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기시(32)는 2007년부터 통산 218경기에서 98승63패, 방어율 3.04를, 올 시즌 11경기에선 4승5패, 방어율은 1.73(72.2이닝 14자책점)을 기록 중인 우완투수다. 데뷔 후 단 한 번도 시즌 방어율 3.80을 넘긴 적이 없다. 기쿠치(25)는 2011년부터 통산 100경기에서 37승34패, 방어율 2.94를, 올 시즌 13경기에선 6승5패, 방어율 2.47(83.2이닝 23자책점)을 기록 중인 좌완투수다. 둘 다 세이부 선발진의 주축이다.


-세이부에서 잔여연봉을 보장해줬다고 해도 넥센과 보장연봉 0원(옵션 10만달러)에 계약한 건 끈끈한 믿음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애초에 KBO리그로 돌아온다면 넥센이 아닌 다른 팀은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패한 아쉬움을 항상 품고 있었다. 지금 넥센은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우승에도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넥센에서 끝내지 못한 일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꼭 이루고 싶었다.”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싶나.

“지금은 야구하는 게 정말 재미있고, 육체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 물론 매 시즌이 끝나고 상태를 봐야겠지만, 몸에 문제가 없고,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 그다음 해에도 계속 공을 던질 것이다.”

대구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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