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音담잡담] 자숙 없는 힙합 가수들…대마초도 스웨그인가

입력 2016-09-0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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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아이언. 동아닷컴DB

2015년 9월 개봉한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힙합이라는 예술로 세상에 반기를 든 1980년대 힙합그룹 N.W.A를 다룬 작품이다. 차별에 저항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힙합의 본질을 새삼 되새기게 해줬다. 힙합이 품은 ‘저항’은 자유를 추구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힙합은 그렇게 ‘자유’에 큰 가치를 둔다. 엠넷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가 보여준 저급한 ‘디스’(비난)가 아닌, 진정한 힙합정신을 보여준 영화라는 평가가 힙합팬들 사이에선 줄을 이었다.

1980년대 미국에서 태어난 힙합은 1990년대 들어 전 세계로 확산됐다. 우리 음악시장에서도 2000년대부터 영향력이 급격히 커졌고, 지금은 “요즘 돈 되는 음악은 아이돌 아니면 힙합”이라 할 만큼 강력한 주류음악의 하나가 됐다.

4월 대마초를 상습적으로 피운 혐의로 입건돼 재판을 받고 있는 래퍼 아이언이 9일 새 앨범을 예고했다. 입건 2개월 만인 6월 ‘시스템’이란 노래를 슬그머니 내놓더니 3개월 만에 또 다시 정규앨범을 내기로 하면서 ‘반성과 자숙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앞선 노래 ‘시스템’도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하나 없고, 사회에 대한 불만만 늘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언이 5일 SNS에 “팬들에게 먼저 말하고 먼저 용서를 구하고 싶었는데 구차한 변명보다 음악으로 말하고 싶었다. 용서해주세요”라고 쓴 글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 의문이다.

2014년 대마초 상습흡연 혐의로 구속돼 이듬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센스는 수감 중이던 작년 9월 앨범을 냈다. 국내에선 전무후무한 옥중 앨범이었다. 놀랍게도 그의 음악은 차트를 강타했고, 한국대중음악상은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했다. 아이언이 재판 중 앨범을 내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이센스의 이 같은 ‘성공사례’가 있어서였는지 모른다.

‘저항’과 ‘자유’에 뿌리를 둔 힙합은 본질적으로 ‘기존의 틀을 깨는 예술’이라지만, 대마초를 상습적으로 피워 재판을 받고 있는 래퍼가 “음악으로 말하겠다”며 앨범을 내는 것도 숭고한 자유를 좇는 일로 여겨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자숙이 필요한 이로선, 대중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팬덤에 기댄 비겁한 자유일지도 모른다.

힙합은 ‘스웨그’(잘난 척)가 미덕이라고 한다. 그러나 몇몇 래퍼에 의해 힙합의 그 소중한 단어가 ‘저급한 허세’로 전락될 처지에 놓이게 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아이언은 SNS에 썼다. “긴 시간 동안 여러분들의 응원 덕에 초심 되찾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기에 앞으로는 제 음악으로 또 제 삶으로 그 은혜에 대한 보답, 보여드리겠다”고. 그가 찾은 초심은 무엇일까 사뭇 궁금해진다.

엔터테인먼트부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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