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500승을 달성한 홍석한이 우승 화한과 트로피를 들고 있다. 튼실한 허벅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땀과 눈물 노력이 만든 허벅지다. 사진제공 ｜ 국민체육진흥공단
특선급서만 492승 ‘기념비적 기록’
우승상금 모두 후배 위해 기부 훈훈
‘벨로드롬의 총알탄 사나이’ 홍석한(8기·41세)이 대망의 500승 고지에 올랐다. 홍석한은 4일 광명 스피돔에서 벌어진 36회차 금요일 경륜 특선 12경주에서 기습선행과 젖히기로 나선 최용진, 박성현을 침착하게 따라붙다 막판‘송곳 추입’으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500승 대업을 달성했다.
잠실경륜 시절인 2001년 7월21일 광명 3경주에서 첫 승을 기록한 이후 16년 만에 작성한 대기록이다. 연평균 31승이란 놀라운 성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홍석한은 데뷔 첫해 의무적으로 참가해야하는 신인레이스 8개 경주를 제외하곤 492승이 특선급에서만 작성된 것이어서 가치나 의미가 남다르다.
● 레전드 홍석한과 자전거와의 인연은?
초등학교 시절, 잘못 맞은 주사로 생긴 신경마비증세 때문이었다. 이후 재활을 위해 운동에 매진했고 자연스럽게 자전거와 인연을 맺었다. 단순히 치료가 목적이었던 자전거가 결국 한 사나이의 운명을 바꾸게 됐다.
중학교 진학 이후 본격적으로 사이클을 만난 홍석한은 이후 두각을 나타냈다.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추발종목 2연패 비롯해 아시아 선수권 2회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사이클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 아마추어의 활약은 프로무대에서도 이어졌다
홍석한은 데뷔 이듬해인 2002년 그랑프리대회 챔피언에 오르며 각종 대상 경주를 독식했다. 상금 및 다승 타이틀까지 모조리 휩쓸었다. 모든 경륜선수들의 꿈인 그랑프리 3회 우승은‘경륜 레전드’조호성과 함께 현재 최다 타이기록이다. 지금도 아마추어 지도자 및 현역 선수들에게 회자될 정도로 홍석한의 장점은 타고난 순발력이다. 운동선수로는 환갑의 나이지만 순간 스퍼트나 막판 결정력은 아직도 따라오지 못한다. 운동밖에 모를 정도로 철저한 자기관리, 소형차만 타고 다닐 만큼 평소 검소한 생활 등은 소속팀은 물론,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 500승 달성까지 고비도 많았다
아마추어시절부터 줄곧 스프린터 1인자로 활약했지만 라이벌이자 대표팀 선배 조호성(11기)의 등장과 함께 2인자로 밀려나게 된다. 조호성이 은퇴한 뒤 노태경, 이욱동으로 대표되는 세대교체, 4점대 이상의 고기어 추세에 적응하지 못하며 2010년 10승으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사이클 입문 이후 줄곧 정상에서만 활약햇지만 성적하락과 함께 ‘홍석한의 시대는 갔다’는 소리가 들리자 홍석한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때 엄청난 불면의 고통을 겪었다”고 가까운 사람들은 증언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2년 뒤인 2012년, 2013년 29승과 31승으로 재기에 성공 SS반에 복귀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전문가들은 순수 특선에서만 이룩한 홍석한 대기록을 프로야구 원년 백인천의 4할 타율 해태시절 선동열의 시즌 0점대 방어율과 맞먹을 만큼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과거에 비해 두터워진 선수층, 40세가 넘으면 유지하기 힘든 순발력, 늘 부상의 위협에 시달리는 사이클 경기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500승 대기록은 홍석한의 천부적 자질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현재 다승 2위는 362승의 장보규로 홍석한과의 격차가 상당하다.
4일 마침내 화룡점정(畵龍點睛)한 뒤 ‘500승 달성 기념 시상식’에 참석한 홍석한은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500승이란 목표가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다.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홍석한은 트로피와 함께 부상으로 받은 상금 500만원 전액을 “부상으로 고통중인 동료 후배 선수들의 복지 및 치료비에 기부한다”고 해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경륜경정사업본부는 홍석한의 500승 달성에 발맞춰 경륜계 ‘명예의 전당’인 스피돔 3층 ‘경륜 홍보관’에 ‘홍석한 특별존’을 만들기로 했다.
홍석한도 자전거와 헬멧, 유니폼 등 소장품을 기부할 생각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