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사뭇 다른 삼성의 가을 풍경

입력 2016-10-0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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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예년과는 사뭇 다르다. 삼성의 2016년 가을 풍경이 그랬다.

가을이란 계절은 삼성에 준비와 결실의 시간이었다.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포스트시즌을 준비했고, 최고의 무대에서 풍성한 수확물을 거두어들이는 계절이 가을이었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삼성의 가을은 유독 쓸쓸하다. 지난해까지 정규리그 5연패를 거두고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미리 예약했지만, 올해 4할대 승률에 머물며 한 해 농사를 일찌감치 마감하게 됐다.

이 같은 풍경에 가장 어색함을 나타낸 이는 삼성 류중일 감독이다. 현역시절을 포함해 삼성에서만 30년을 몸담으며 숱한 가을야구를 치렀던 그였기에 어쩌면 낯선 느낌이 당연했다. 류 감독은 “예전 같으면 포스트시즌 준비에 바빴을 텐데 올해엔 그런 걱정이 없다”며 복잡한 감정을 에둘러 표현했다.

7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선수들도 느끼는 감정은 매한가지였다. 주장 박한이는 자신의 16년 연속 100안타를 달성한 4일 “주장으로서 팀 성적이 좋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기록 달성의 기쁨과 함께 자책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베테랑 이승엽 역시 KIA와 홈 최종전을 앞둔 5일 “새 구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 아쉬움이 정말 크다. 팬 분들께 더없이 죄송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삼성의 가을이 외로운 것만은 아니다. 정규시즌 마지막을 함께하려는 팬들은 결과에 상관없이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고 있다. 개천절이던 3일 LG전엔 2만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모였고, 평일인 4일에도 1만5천명이 넘는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선수들은 풍성한 기록 행진으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있다. 박한이는 4일 LG전에서 KBO리그 최다 타이기록인 16년 연속 100안타를 달성했고, 올 시즌 한일 통산 600홈런을 때려냈던 이승엽은 4일 결승 2점홈런으로 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했다. 여기에 최형우는 9월 월간 MVP에 올라 5일 홈 최종전에서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대구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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