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해피로봇레코드
소란은 ‘재미있는’ 밴드이다. 이 ‘재미있다’에는 ‘흥미롭다’와 ‘유머러스하다’는 두 가지 뜻이 모두 포함된다.
첫 번째로 ‘흥미롭다’는 소란의 행보와 관련이 있다. 소란은 어떻게 보면 ‘요즘 스타일’을 완벽하게 역행하는 밴드이다.
먼저 소란이 10월 6일 발매한 정규 3집 ‘CAKE’는 전작 ‘PRINCE’ 이후 약 3년의 정규앨범이지만, 이 3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유는 그동안 소란이 딱히 공백기라고 할 만한 시기 없이 지속적으로 싱글과 프로젝트 음원, OST를 발매하고, 각종 페스티벌과 공연 등으로 쉴 새 없는 활동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 싱글 앨범’이라는 싱글도 앨범도 아닌 기묘한 음반과 기존의 발매 음원에 신곡 1~2곡만을 추가한 정규 앨범이 판을 치는 요즘 가요계에서 전곡을 신곡으로 채운 풀사이즈의 앨범을 발매하는 것도 ‘요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유머러스하다’는 굳이 많은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팬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을 것이다.
밴드계 입담꾼으로 손꼽히는 고영배는 말할 것도 없고, 편유일과 서면호, 이태욱 역시 말 중간 중간에 위트가 담겨 있었다.
일례로 소란과의 인터뷰에서 첫 질문은 “앨범 설명의 ‘부쉬 드 노엘’이 무엇이냐”였고, 소란의 답변은 “사실 우리도 모르겠다. 우리가 아니라 회사에서 쓴 설명이다”였다.
인터뷰는 이런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일단 소란은 스스로도 이번 앨범에 대해 ‘오랜만’이라는 느낌은 희미한 편이었다.
고영배는 “3년 만에 나온 3집이라서, 너무 오랜만이라 기대돼야 정상인데, 오랜만이란 느낌이 없다. 기본적으론 ‘또 나왔다.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었다. 막상 내고 나니까 정규라는 게 더 실감난 거 같다. 준비가 좀 힘들었다 뿐이지 크게 다를 게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쉴 새 없는 활동을 하는 이유를 묻자 고영배는 “우리가 목적을 가지고 활동을 이어가는 건 아니다. 밴드에게 ‘활동’이라는 개념이 공연밖에 없으니 앨범을 내든 아니든, 계속 공연을 하고 활동을 하는 거다. 앨범을 내기위해 멈추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계속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팬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런 활동이 반갑겠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소란이 마구 샤우팅을 내지르는 보컬이 아니라곤 하지만, 무리한 공연일정으로 인해 목소리에 문제가 생긴 보컬들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고 또 밴드의 체력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란은 이런 걱정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서면호는 “막상 공연이 매일, 매시간 있는 건 아니고, 공연이 거의 주말에 있다. 연말이나 그럴 때 특별한 시즌이 아니면,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다”라고 말했고, 편유일도 “직장인도 매일 일을 하지 않나. 체력적으로 한계가 오면 쉬기도 하는데 꾸준히 집중력 있게 일하는 게 오히려 괜찮다”라고 말했다.
고영배는 “이태욱은 집도 멀고, 외부 세션이 많아서 바쁠 거다. 하지만 (우리가)체력이 문제라는 건 거의 반 농담이다. 솔직히 직장인이 일하는 거에 비해선 절대적인 시간이라는 게 완전 많다. 창작이라는 부분만 받쳐주면 한 달에 세곡도 내겠더라. 마음에 드는 곡이 안 나오니까 못할 뿐이다”라고 체력적, 육체적인 어려움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3년이라는 시간은 소란 스스로 ‘마음에 드는 곡’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했던 시간으로, 앨범 퀄리티에 대해서는 자신감에 넘쳤다.

사진=해피로봇레코드
심지어 고영배는 “예전에 지드래곤이 앨범을 작업할 때 전곡을 타이틀로 해도 좋을 수준으로 작업한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또 나온 전곡 타이틀 앨범이다. 예전에는 곡의 퀄리티 차이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전곡을 다 좋은 곡으로 채웠다”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앨범의 자랑을 해달라고 부탁하자 이태욱은 “앨범아트가 굉장히 예쁘다. 직접 참여한건 아니지만, 앨범 제목하고 되게 잘 맞는 아트라고 생각한다. 아주 잘 꾸민 케이크 가게 디자인 같은 느낌을 받았다”라고 뜬금없이 앨범아트를 먼저 칭찬하고 나섰다.
이어 편유일은 “앨범 재킷이나 그런 데에 참여한 건 아닌데, 태욱 군이 처음으로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도 수록된 앨범이고, 녹음도 환경을 더 좋은 곳에서 했다. 좋은 사운드를 들려주기 위해서 저번 앨범에 비해서 투자도 많이 한 게 자랑이라면 자랑이다”라고 정리했다.
또 고영배는 “회사 내부적으로도 아깝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규에 10곡을 수록한다면, 그냥 싱글 10개로 내는 게 낫다고 하지만,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다 모아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족적처럼 남기고 싶었다”라며 “마지막까지 회사에서는 그동안 낸 싱글을 수록하고 서너곡이라도 아끼자는 얘기가 있었다. 실제로 곡이 다 좋으니까. 이번 앨범 만들 때 놓치지 않으려고 한 게 우리를 좋아하는 분들이 좋아할만한 앨범이고 싶었다. 앨범명을 ‘케이크’라고 정한 것도 ‘선물’ 같은 이미지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건 ‘CAKE’라는 앨범명은 처음부터 정해진 게 아니라, 모든 곡이 완성된 후 가장 나중에 정해진 이름이라는 점이다.
이에 고영배는 “내가 그런 거에 집착하는 게 있다. 1집은 ‘내추럴’, 2집은 ‘프린스’로 다 영어 한 단어이다. 마이클 잭슨 앨범이 다 영어 한 단어라서 영향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또 편유일은 “그때 우연히 태욱군이 훨씬 전에 생일이었는데 생일 얘기가 나왔다. 그러면서 케이크는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 일상적이고 편안하면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데, 특별한 날 먹는 게 케이크다보니, 자연스럽지만 특별한 느낌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영배는 “음악과 디자인과 케이크가 다 연결이 되더라. 원래는 ‘그레이트’, ‘나이스’ 그런 단어가 후보였다. 그런데 나중에 붙인 거다 보니, 곡 가사에는 막상 케이크가 들어가는 게 없다”라며 웃었다.
이렇게 지드래곤 이후 두 번째로 전곡이 타이틀 못지않은 좋은 앨범이 나왔으니 소란은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아니 지금까지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고영배는 “우리는 음악순위방송을 거절한 적은 없다. 기회가 적으니까 우리 음악을 들려줄 수 있으면, 무대건 방송이건 예능이건 가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 소란은 과거 고영배가 Mnet ‘비틀즈 코드 3D’에 출연해 어느 방송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걸 직접 보여준 적도 있고 지난 11일에는 순위프로그램인 SBS MTV ‘더쇼’에 출연을 하기도 했다.
예능방송의 출연과 관련해 서면호는 “좋게 생각하면 우리 밴드를 모르는 사람들이 고영배라는 사람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편으로는 고영배라는 캐릭터를 너무 희화화해서 밴드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데 우리 음악을 가볍게 치부하는 게 아닐까하는 고민도 했다. (고영배가)너무 바닥으로 떨어트리지 않고 알아서 길을 가니까 거기서 신뢰가 가는 것도 있다”고 예능출연에 부정적이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편유일도 “사실 그런 과정들이 있어서 좋은 곡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 같기도 하다. 우리가 완전 히트곡이 있었다면, 음악을 하는 사람인데, 입담도 좋고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반대로 주객이 전도되는 정체성의 혼란이 오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그래서 ‘소란으로서의 힘을 키우자. 그러면 다른 쪽에서도 더 힘을 받을 거 같다’는 마음가짐이다”라고 덧붙였다.
가장 예능출연이 활발했던 고영배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런걸 워낙 좋아한다. 그러다 패널로 방송을 해보니, ‘이걸 잘해서 우리 노래를 알려야겠다. 이걸 계기로 소란이 히트 쳐야겠다’는 그런 건 아니더라. 무조건 본업은 우리 노래가 되야한다는 생각이고, 그다음부터는 힘을 빼게 되더라. 즉, 정과 부라는 개념이 명확해졌다. 다만,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으니까 할 땐 열심히 한다”라고 강조했다.
어쨌든 공연과 방송 가능만 하다면 모두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소란이지만, 공연과 관련해서 한 가지 희한한 고민도 있었다.
바로 ‘남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고영배는 “옛날에는 90% 이상이 여자였는데, 요즘에는 남자가 늘어났다. 남녀성비가 15:85 정도 된 거 같다”라고 말했고, 이태욱과 편유일은 “예전에 버스킹을 하는데, 한 남자 관객분이 ‘내꺼라면’을 다 따라 불러서 무대 위에 올려 같이 부른 적이 있다”라고 말해 점점 남자팬이 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에 고영배는 “애드립까지 다 따라 부르더라. 남자가 앞에서 따라 부르니까 신경이 쓰이더라”라고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고영배는 “소란 음악이 달달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달달하기만 한 건 아니다. 선입견을 갖고 여성 취향 음악이라고 그랬다가 우연히 공연을 보면서 점점 늘어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냥 계속 오해하고 안 오셔도 되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지막까지 소란다웠다.

사진=해피로봇레코드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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