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K리그 대상, 후보선정기준이 뭡니까?

입력 2016-11-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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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황선홍 감독(왼쪽 사진 오른쪽)이 클래식(1부리그) 감독상을 수상한 뒤 주장 오스마르에게서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대구FC 손현준 감독대행(오른쪽 사진 왼쪽 5번째)을 비롯한 챌린지(2부리그)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감독상 후보 이흥실은 안 되고 최강희는 되고
영플레이어상 후보 울산 김승준 탈락도 논란


잔치는 끝났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 못하다.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이 8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펼쳐졌다. K리그 대상 시상식은 한 시즌을 마친 리그의 전 구성원이 모여 수상자를 축하하는 잔치다. 그러나 올해는 어색한 분위기가 시상식장을 감돌았다. 수상자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낼 수 있도록 잔치 분위기를 제대로 조성하지 못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미숙한 리더십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각 구단으로부터 최우수선수(MVP)를 비롯해 감독상, 영플레이어상 등 부문별 후보를 추천받은 프로축구연맹은 후보자선정회의를 거쳐 1일 부문별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후보자 발표 단계에서부터 뒷말이 터져 나왔다. 챌린지(2부리그) 우승팀 안산 무궁화 이흥실 감독은 챌린지 감독상 후보에서 제외됐다. 프로축구가 출범한 1983년 이후 1·2부리그를 통틀어 우승팀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은 3번뿐이었다. 우승팀 감독이 상을 받지 못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그런데 이 감독은 아예 후보 명단에서도 빠졌다. 이에 대해 프로축구연맹은 “성적이 제일 중요하지만,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고 해명했었다.

이 감독은 10월 대구FC와의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300만원을 받았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를 빌미로 평소 바른 말을 해 ‘미운 털’이 박혔던 이 감독을 일부러 후보에서 제외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3년 챌린지에서 우승했던 상주상무 박항서 당시 감독도 같은 수준의 징계를 받았지만, 대상 시상식 후보에 올라 당당히 감독상을 받았다. 프로축구연맹의 후보 선정 기준이 일관성을 잃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사례다.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자면,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이 클래식(1부리그) 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 역시 온당치 못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5월 전북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사건이 불거지면서 올해 K리그는 쑥대밭이 됐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를 이유로 올스타전마저 취소했다. 결국 전북도 9월 말 승점 9점 감점과 벌금 1억원의 징계를 받았다.

전북 구단의 주장대로 그 행위가 ‘개인의 일탈행위’였다고 치더라도, 최 감독이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간의 사정과 합리적 판단에 근거했다면, 전북은 구단 차원에서 감독상 후보를 추천하지 말았어야 했다. 또 구단이 추천했더라도 최 감독 스스로 후보직을 반납하거나 프로축구연맹에서 제동을 걸었어야 한다는 것이 이날 시상식을 전후로 한 여러 축구인들의 지적이었다. 물론 FC서울 황선홍 감독의 수상으로 이 같은 논란은 ‘결과적으로’ 일단락됐다. 황 감독은 기자단 투표 총 109표 중 압도적 다수인 70표를 획득했다.

감독상뿐 아니라 영플레이어상도 후보 선정을 놓고 논란을 낳았다. 8골·2도움을 올리며 유력한 수상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울산현대 김승준은 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후보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경쟁자들에 비해 ‘라운드별 베스트11’ 선정횟수에서 밀렸다는 것이 프로축구연맹의 설명이었지만, 경기위원들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라운드별 베스트11의 가치를 공격 포인트와 같은 객관적 기록보다 우선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자초하고 말았다. 울산 윤정환 감독이 “도대체 후보 선정 기준이 뭐냐”고 의문을 제기했을 정도다.

잔치를 잔치답게 만들지 못하고, 수상자마저 머쓱하게 만든 것은 프로축구연맹의 책임이다. 시상식에 참가한 한 구단 관계자는 “후보 선정 기준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연맹은 아마 아직도 모르고 있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내년부터는 시상식만이라도 다수가 공감하는 가운데 온전히 치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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