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원근 “사랑에 목숨 걸기 주인공과 닮은꼴 지금요? 그 사랑 찾는 중”

입력 2016-12-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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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근은 시나리오를 통째 외우는 것을 시작으로, 영화 속 크고 작은 설정에 감독의 다양한 요구사항까지 받아들이며 ‘여교사’를 준비했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이원근은 시나리오를 통째 외우는 것을 시작으로, 영화 속 크고 작은 설정에 감독의 다양한 요구사항까지 받아들이며 ‘여교사’를 준비했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영화 ‘여교사’ 재하역 ▶▶▶ 이 원 근

시나리오 통째로 외우고 촬영 준비
재능 없으니까 이거라도 잘해야죠
아버지 공장 일 돕다가 우연히 연기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연기는 숙명

연기자 이원근(25)이 가는 길은 분명하다. 화려한 상업영화에서 조금 비껴나 있지만 메시지가 확실하고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는 작품들에서 그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아 관객상까지 수상한 영화 ‘환절기’,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그물’, 그리고 개봉을 앞둔 ‘괴물들’ 등이다.

내년 1월4일 개봉하는 ‘여교사’(감독 김태용·제작 외유내강)도 있다. 이원근은 “재능으로 따지면 나는 1억 가지가 부족한 사람”이라며 “영화 한 편을 끝낼 때마다 한 두 개씩 부족함을 채울 뿐이다”고 말했다.

이원근이 김하늘, 유인영과 함께 한 ‘여교사’는 사랑과 질투에 얽힌 세 남녀의 욕망과 파국에 관한 영화다. 18살 소년을 사이에 둔 두 여교사의 이야기는 그 설정만으로도 파격적이지만 영화는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삼각관계 안에서 이원근은 사랑에 자신을 내던지는 소년 재하를 연기했다.

몇 차례의 오디션 끝에 ‘여교사’의 주인공을 따낸 이원근은 시나리오를 통째로 외우고 촬영장으로 향했다. 스스로 “연기 재능이 크지 않다”고 여기는 탓에 촬영을 준비하는 그만의 방법이 바로 “드라마 대본이나 영화 시나리오를 전부 외우는 일”이다.

‘여교사’를 위해 이원근은 크고 작은 설정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몸을 단련하는 혹독한 연습의 과정까지 거쳤다. ‘아이 같은 말투 구사’, ‘반드시 허리를 펴고 걸어라’는 등 감독의 세밀한 주문을 받아들이는 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무용특기생이라는 설정에 맞춰 촬영 전 한 달 동안 하루 10시간씩 발레 교습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영화에서 재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다. 불우한 가정에서 사랑 받지 못하고 자랐다. 그러다 만난 혜영(유인영)에게서 엄마 같은 감정, 깊은 사랑을 느낀다.”

배우 이원근. 김종원기자 won@donga.com

배우 이원근.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이원근은 영화가 담은 파국의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사랑을 할 때 나는 그 사랑에 모든 걸 다 내어준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원하는 감정이 나에게는 전부다. 지금도 그런 사랑을 줄 사람을 찾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재하의 사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일면 영악하게 보이기도 하는 영화 속 모습과 달리 이원근은 실제로 “낯가림 심하고 말수도 적은 고교시절”을 보냈다. “기계를 만드는 일을 하는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살려고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해 기술을 배웠다”는 그는 “자격증을 따고 아버지도 도왔지만 같은 일만 반복하는, 손톱에 기름 때 빠질 날 없는 시간이 즐겁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스무살이 됐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모델 쪽 일을 하던 아는 형이 키 큰 사람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잠깐 아르바이트를 부탁했다. 순전히 키가 커서였다. 하하! 그때 지금의 매니저를 만났고 연기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길에는 두려움이 따랐다. 매니저의 제안을 번번이 거절하던 그는 1년 뒤 마음을 바꿨다. 데뷔작은 2012년 방송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채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연기를 시작해 혹독한 시련이 따랐다.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열심히 하는데도 질타가 쏟아졌으니까. 물론 지금도 그렇다. 나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더 많다. 그래도 연기는 나에게는 숙명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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