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불참…체면 구긴 대종상 시상식

남우주연상 이병헌 외 대부분 배우 불참
시상자는 이름도 외우지 못해 실수연발

무더기 불참에 무더기 대리수상이 쏟아졌다. 한 해 동안 다양한 성과를 내온 한국 영화를 정리하는 무대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수상자도 나왔다.

제53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대중적 신뢰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결과를 내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종상은 이미 공정성 논란에 휘말려 몇 차례 곤혹을 치렀고, 지난해 배우들의 보이콧 사태를 겪기도 했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각 부문 트로피가 수상자(작)에게 직접 전달된 횟수가 손에 꼽힐만큼 적다. 남우주연상 이병헌(‘내부자들’), 감독상 우민호(‘내부자들’), 인기상 이범수(‘인천상륙작전’)등은 직접 무대에 올랐지만 대리수상도 속출했다. 중학생 연기자 김환희는 마치 ‘곡성’의 대표 주자인양 신인상을 받은 이후에도 조명상, 촬영상을 대신 받았다. 시상식을 진행한 김병찬은 김환희에게 잇따라 소감을 물으면서 대리 소감까지 말하게 하는 해프닝을 만들었다. 주최 측
은 “해외에서 촬영 중인 배우가 많아 불참자도 많다”고 해명했지만 영화계의 시선은 다르다. 대종상이 이미 신뢰를 잃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시상자로 나선 연기자들의 면면도 낯설었다. 시상자끼리 서로의 이름을 외우지 못한채 무대에 올라 실수를 연발하기도 했다.

앞서 1년간 개봉한 영화를 시상 대상으로 삼은 여타 영화상과 달리 대종상은 직접 출품을 신청한 작품들만 후보에 올렸다. 때문에 올해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등 출품하지 않은 작품은 제외됐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주도하는 시상 기준 역시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신인상 수상자로 김환희와 ‘4등’의 정가람을 선정해놓고도 뉴라이징상을 따로 만들어 김희진과 최리에게 트로피를 건넸다. 또 ‘영화인들이 직접 뽑은 인기상’을 이범수에게 수여했지만 누가 투표에 참여했는지 알리는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

그마나 ‘내부자들’의 배우와 감독, 제작진이 자리를 지켜 구겨진 체면을 가까스로 지켰다. ‘내부자들’은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