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칸] 봉준호의 처음, 홍상수의 양다리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 스틸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옥자’ 스틸(맨 위에서 시계 역방향으로)

봉준호 감독-넥플릭스, ‘옥자’ 첫 공식 경쟁 진출
홍상수 감독, 두 작품 공식 부문 동시 초청 ‘이례적’

봉준호 감독과 홍상수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국제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나란히 초청됐다. 두 사람은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다른 경쟁부문 후보들과 경합을 벌이게 됐다. 작품이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은 봉준호 감독에게는 처음, 홍상수 감독에게는 네 번째 경사다.

먼저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와 손잡고 만든 영화 ‘옥자’로 칸 국제영화제에 방문한다. 그는 2006년 ‘괴물’, 2008년 ‘도쿄!’, 2009년 ‘마더’를 통해 칸에 초청받았으며 2011년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에 위촉된 바 있다. 6년 만에 다시 찾는 칸 영화제에서 봉 감독은 공식 경쟁 부문에 ‘첫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넷플릭스에게도 큰 기쁨이다. 이들은 ‘옥자’를 통해 오리지널 영화로 칸 국제 영화제에 처음 초청받았다.

봉 감독은 “칸 영화제에 다시금 방문하게 되어 영광이다. 올해의 경우 특별히 ‘옥자’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돼 진심으로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어느 날 옥자가 갑자기 사라지고, 옥자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인 미자가 필사적으로 옥자를 찾아 나서면서 예상치 못했던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옥자’에는 ‘설국열차’에 이어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스티븐 연, 릴리 콜린스 등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들과 미자 역의 안서현 외 변희봉, 윤제문, 최우식 등 한국 배우들이 함께 출연했다. 릴리 콜린스는 14일 SNS에 “우리는 칸에 간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옥자’ 팀과 나의 첫 번째 축제를 함께할 수 있게 돼 정말 흥분된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동아닷컴DB

홍상수 감독은 스무 번째 작품과 스물한 번째 영화가 나란히 제70회 칸 영화제에 초청됐다. ‘그 후’는 경쟁 섹션에 후보로 올랐으며 ‘클레어의 카메라’는 스페셜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됐다. 한 감독의 작품 두 편이 영화제에 동시 초청되는 것도 흔하지 않은데다 두 작품 모두 공식 부문에 초청된 경우는 더더욱 이례적이다.

홍상수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4번째로 경쟁 섹션에 초청을 받게 됐다. 공식 부문의 다른 섹션인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작까지 모으면 총 10편의 작품이 칸 영화제를 통해 세계에 공개된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지난 2016년 5월 칸에서 약 2주간 촬영된 작품으로 이자벨 위페르, 김민희, 장미희, 정진영 배우가 작품에 참여했다. ‘그 후’는 올해 2월 한국에서 약 3주간 촬영된 작품으로 권해효, 김민희, 조윤희, 김새벽이 출연했다. 칸 영화제 출품 전까지도 제목 등의 정보와 출품 여부도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특히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 모두 홍상수 감독의 연인 김민희가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지난 2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함께 밟았다. 당시 김민희는 한국 배우 최초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정말 자랑스럽다. 내가 오늘 받은 이 기쁨은 홍상수 감독 덕분이다.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눈물의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민희는 지난해에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로 칸 영화제를 방문했다. 올해에는 연인 홍상수 감독과 베를린에 이어 칸까지 함께할 기회를 얻었다.

한편, 김옥빈, 신하균, 성준, 김서형이 출연하고 정병길 감독이 연출한 ‘악녀’와 설경구 임시완 주연 및 변성현 감독 연출작 ‘불한당’도 나란히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제70회 칸 국제 영화제는 5월 17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전원사-넷플릭스-동아닷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