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스케일, 아쉬운 디테일.
영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의 총평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위와 같다. 초대형 블록버스터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스케일을 자랑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트랜스포머’의 다섯 번째 시리즈물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는 2억6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다. 한화로 무려 3000억원. ‘트랜스포머’(1억5000만 달러),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억 달러), ‘트랜스포머3’(1억9500만 달러),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2억1000만 달러)를 모두 뛰어 넘는 시리즈 사상 최고의 제작비다. 제작비를 그야말로 ‘쏟아 부은’ 만큼 화려한 볼거리와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트랜스포머들의 고향 행성인 사이버트론을 되살리기 위해, 지구에 있는 고대 유물을 찾아 나선 옵티머스 프라임과 이로 인한 인간과의 피할 수 없는 갈등을 그렸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아버지 마이클 베이 감독의 마지막 연출 작. 이번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트랜스포머’를 떠나는 마이클 베이는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총력전을 펼쳤다.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영화는 지구를 지키려는 오토봇과 점령하는 오토봇, 오토봇을 구하려는 인간과 제거하려는 인간 그리고 또 다른 인간 집단과 오토봇 등 얽히고설킨 대결 구도를 유지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전투 배경으로는 영국의 유적지 스톤헨지, 블레넘 궁전, 다우닝 스트리트, 미국의 디트로이트, 애리조나, 아프리카 나미비아 등의 로케이션으로 광대한 풍광을 담아냈다. 더불어 육해공을 넘나든다. ‘더 이상 전투할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 심해부터 육지 그리고 상공까지 끝없는 전투가 펼쳐진다.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는 공간뿐 아니라 시간도 초월한다. 세계사를 ‘트랜스포머’와 연결했다. 영화는 아서 왕과 마법사 멀린 그리고 오토봇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를 보러 온 건지 ‘킹 아서: 제왕의 검’을 보러 온 건지 혼란스러운 순간 때마침 오토봇이 등장한다. 상상력을 발휘해 인간과 오토봇의 역사를 중세시대부터 매치한 것.
초반 기사단의 전투는 후반 인류 최후의 전투와 수미쌍관 구조를 이루는데 이 점이 흥미롭다. 초자연적인 현상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한계를 넘어 실천하는 인간이라는 점이 가장 대조적이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선 영웅들의 용맹함과 매력을 드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총력전’ 답게 캐릭터도 물량공세다. 넘칠 대로 넘친다. 인기 캐릭터 ‘옵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를 비롯해 ‘메가트론’, ‘바리케이드’, ‘하운드’ 등 기존 캐릭터들은 업그레이드됐다. ‘스퀵스’, ‘코그맨’, ‘핫로드’ 등 새 캐릭터들과 창조주 ‘쿠인테사’가 등장한다. 마크 월버그가 전편에 이어 ‘케이드 예거’로 돌아왔고, ‘레녹스 중령’ 역으로 인기를 끈 조쉬 더하멜이 3편에 이어 재등장했다. 안소니 홉킨스와 로라 하드독, 신예 이사벨라 모너가 새롭게 합류했다. 시리즈물을 사랑하는 팬들과 새로움을 원하는 관객 모두를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 돋보인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라 했다. 나열만으로도 숨 막힐 듯 등장 캐릭터가 많아 전편을 안 본 관객이라면 혼란스러울 듯하다. 사공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산으로 간다.
캐릭터들의 성격도 일관되지 못하다. 전투 와중에 갑자기 나타난 영국 귀족 출신 수호자 에드먼드 버튼 경(안소니 홉킨스)은 케이드 예거(마크 월버그)와 비비안 웸블리(로라 하드독)을 뛰어난 언변으로 설득한다. 아인슈타인, 베토벤, 링컨, 처칠 등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은 위인들이 모두 ‘트랜스포머’를 수호하는 비밀 조직단의 일원이었다면서. 3편까지의 주인공이었던 샘 윗위키 역시 조직원이었다고 주장한다. 방대한 세계사를 무리해 끌어들였는데도 발명가 케이드와 옥스퍼드 대학의 역사학 석사이자 철학 박사에 문학 박사 비비안은 의심 한 번 없이 에드먼드의 말을 믿는다. 케이드와 비비안의 러브라인은 더더욱 당황스럽다.
쿠인테사에게 세뇌당했던 옵티머스가 범블비의 외침에 각성하는 장면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떠올리게 한다. 그 유명한 ‘느금마사’ 장면. 친구도 몰라보고 모조리 부수던 옵티머스가 단 ‘한 마디’에 눈 녹 듯 조종에서 벗어나는 설정이 황당하기 그지없다. 더불어 범블비가 시리즈 역사상 10년 만에 진짜 목소리를 내는 감동의 장면인데 전후 설명이 전혀 없다. 왜 갑자기 실제 목소리가 나오는 건지 관객도 범블비도 옵티머스도 그 누구도 모른다.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는 미국 영화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15%로 낮은 기록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 ‘트랜스포머’에 촘촘한 스토리를 기대했던가. 시원시원한 오토봇의 액션과 CG를 즐기며 ‘눈 호강’할 수 있다면 그만. 허술한 스토리는 배제하고 ‘화려한 볼거리’만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를 봐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쿠키 영상은 엔딩 직후 사막 배경의 영상 1편이 전부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