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알린 ‘무도’…무도에 빚진 ‘군함도’

입력 2017-07-26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MBC ‘무한도전-하시마섬의 비밀’-영화 ‘군함도’. 사진제공|MBC방송화면캡처·외유내강

일제 강제징용의 아픔 간직한 군함도
2015년 ‘무도’ 방송 계기로 관심 급증
영화 ‘군함도’에 대한 기대로 이어져

가수 하하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일본 나가시키현 나가사키시의 한 섬을 찾은 건 2015년 여름이었다. 이제는 폐허가 된 채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가 된 이 곳은 하시마섬. 섬의 생김새가 일본의 해상군함을 닮았다 해서 ‘군함도’라 불리는 곳이다.

1940년대 수많은 조선인들이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돼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고통 속에 스러져간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2015년 일본은 근대화의 상징으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조선 사람들의 아픔을 애써 외면했다. 하하와 서 교수는 섬을 찾아 바로 그 아픔을 담담하게 말했다.

그해 9월12일 ‘무한도전’은 하하와 서 교수가 군함도를 찾은 모습과 함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의 고통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역사를 상기시켰다. 그해 국제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수상작이기도 한 ‘배달의 무도-하시마섬의 비밀’ 편이었다. 예능프로그램으로서 마치 한 편의 슬픈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시청자는 많은 눈물을 흘렸다. 많은 시청자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의 아픔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로부터 2년 뒤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가 관객을 만난다. ‘무한도전’이 이미 담아낸 그 역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켜 강제징용의 그 참혹함을 그린 영화다.


● ‘무한도전’→‘군함도’

영화 ‘군함도’는 개봉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7시 현재 68%의 예매율(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로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베를린’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 대한 신뢰, 황정민·소지섭·송중기 등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 최근 몇 년 사이 잇따라 관객의 관심을 모아온 일제강점기 소재 등 영화 자체가 안겨주는 기대감 덕분이다.

하지만 그 기대치의 일부는 ‘무한도전’에 빚지고 있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물론 ‘무한도전’과 영화 ‘군함도’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연출자 류승완 감독은 이미 2013년부터 ‘군함도’ 프로젝트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을 통해 군함도의 비극과 아픔을 알게 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영화 ‘군함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송중기와 아역 김수안 등이 ‘무한도전’을 통해 군함도의 진실을 처음 알았다고 할 만큼 이 프로그램이 안겨준 충격과 아픔은 상당했다. 류승완 감독도 자신이 프로젝트를 기획할 당시 “군함도에 대해 많은 분들이 몰랐다”면서 “하지만 ‘무한도전’ 덕분에 대중에게 알려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 ‘군함도’→‘무한도전’

‘배달의 무도-하시마섬의 비밀’ 역시 영화 ‘군함도’가 일으킨 화제와 그 기대치 못지않게 재조명받고 있다. 실제로 많은 누리꾼이 기사 댓글과 SNS 등을 통해 영화 ‘군함도’와 ‘무한도전’을 동시에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배달의 무도-하시마섬의 비밀’ 편의 영상이 온라인과 SNS를 통해 새롭게 퍼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영화와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영화는 ‘조선(인)=선, 일제(일본)=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나아가 당대 역사의 아픔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한도전’이 ‘배달의 무도-하시마섬의 비밀’을 담담하지만 일제가 자행한 아픔을 그대로 담아낸 것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영화 ‘군함도’와 ‘무한도전’은 관객과 시청자의 시선 속에서 역사적 아픔을 떠올리게 하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닮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