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제가 뭐길래…4조원 중계권료 포기한 MLS

입력 2017-07-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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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축구(MLS)가 새 중계권 협상에서 4조원이 넘는 거액의 제안을 거절했다. 구매자 측이 내세운 승강제 도입이 리그 운영원칙은 물론 고유문화를 헤친다는 것이 거절의 배경이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승강제 도입 거절…중계권 협상 무산

25년 지켜온 전통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어
구단 성적보다 재정상태·관중동원이 우선


리그의 오랜 철칙 앞에선 4조원이 넘는 거금도 소용이 없었다. 미국프로축구(MLS)가 새 중계권 협상에서 40억 달러(한화 약 4조4600억원)의 엄청난 제안을 거절해 화제다. 미국의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25일(한국시간) “국제스포츠에이전시 MP&Silva가 MLS에 향후 10년간 중계권료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했지만, MLS 돈 가버 총재가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40억 달러는 현재 MLS가 벌어들이는 중계권료의 4배 이상이다. MLS는 ESPN, 폭스와 연간 75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상태다. 미국 내 스페인어 방송국 유니비전으로부터 연간 15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 둘을 합쳐도 새 중계권료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그런데 MLS는 무슨 이유로 이토록 달콤한 유혹을 뿌리쳤을까. MP&Silva는 이번 제안에서 미국과 캐나다 지역의 독점 중계권과 재판매권은 물론 승강제 도입을 골자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MLS가 거절한 이유는 바로 승강제에 있다. 1993년 12월 출범 이후 25년간 지켜온 전통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전세계 축구리그에서 하나의 규범으로 자리 잡은 승강제는 상위리그 하위권과 하위리그 상위권 팀들이 승격과 강등을 통해 자리를 맞바꾸는 방식이다. 팀의 위치는 물론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기에 승격과 강등을 둘러싼 싸움은 흥행요소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그러나 MLS는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대신 플레이오프라는 미국프로스포츠 고유의 제도를 통해 승강제의 매력을 대체시켰다. MLS 운영형태 역시 승강제 도입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현재 1∼5부리그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여러 팀이 옮겨가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대신 MLS 사무국은 구단의 재정상태와 관중동원 등의 요소를 검토해 리그 합류와 퇴출을 직접 결정하고 있다. 성적보다 자본을 우선해 판단하겠다는 미국 자본주의의 특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리그 자체가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 역시 MLS가 4조원이 넘는 중계권료에 휘둘리지 않는 이유로 해석된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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