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건강관리를 우유로 하자는 서울우유 광고. 서울우유는 최근 경기지역 학교 급식의 우유 납품 입찰 과정에서 대리점 업주들을 해당지역과 상관없이 동원, 다른 업체 입찰을 방해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창립 80주년 맞은 서울우유의 그림자
타 지역 대리점주 동원해 무차별 입찰
검찰, 학교급식 암찰방해 혐의로 수사
전 상임이사는 뇌물구속…직원은 갑질
연임 송용헌조합장 신뢰회복 여부 관심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이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전 상임이사 납품 비리, 납품업체 상대 갑질, 직원들에게 우유와 유제품으로 월급을 지급했던 ‘우유월급’ 사건 등에 이어 이번에는 아이들이 먹는 우유값에 손을 댔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2부(정진기 부장검사)는 최근 경기 지역 우유급식 입찰 과정에서 서울우유의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입찰방해 등의 혐의로 A씨 등 서울우유 관계자들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우유는 경기 지역 학교 우유급식 입찰 과정에서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대리점 업주들을 동원해, 소속 지역과 관계없이 입찰에 참여했다.
경기도 학교 급식은 적정가격 범위에서 무작위로 낙찰가를 정하는 ‘제한적 최저가 입찰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 방식은 낙찰 예정가의 하한율 이상을 써 낸 업체 중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를 선정한다. 계약금액이 2000만원 이하, 20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 일 때 각각 낙찰 예정가의 90%, 88% 이상 견적서를 낸 업체 중 최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한다.
A씨 등은 이 점을 노리고 서울우유가 낙찰될 수 있도록 대리점 업주들에게 각기 다른 입찰 금액을 써내도록 해 낙찰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입찰방해 문제로 해당업체를 수사하는 것은 맞지만 진행 중인 사건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홍보 담당자는 “검찰이 입찰 방해와 관련해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우유가 비리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는 이 모 전 상임이사가 우유용기 납품업체 대표에게 납품계약을 유지하고 불량품이 나와도 무마해준다는 조건으로 8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서울우유 본부장과 팀장급 직원들도 납품업체를 상대로 납품계약 편의를 봐주겠다며 갑질을 하다 적발돼 불구속 기소됐다.
또한 각종비리와 경영실패로 어려움을 겪자 직원들에게 월급 일부를 유제품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우유월급’ 사건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전력도 있다. 올해로 창립 80주년을 맞은 국내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의 어두운 이면이다.
서울우유 80년 역사상 유일하게 연임(2011년, 2015년)에 성공하며 조합을 이끌고 있는 송용헌 현 조합장이 일련의 구설로 잃어버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