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군함도’ 는 어떻게 2000개의 스크린을 잡을 수 있었나

입력 2017-07-27 18: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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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꼭 봐야만 하는 영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보고 싶으면 보는 거고 보기 싫으면 안 보는 것이다. 하지만 ‘군함도’에 관한 역사는 모두 알았으면 한다.”

지난 ‘군함도’ 언론시사회에서 류승완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 개봉 전부터 큰 화제성을 몰고 다닌 ‘군함도’는 어느 샌가 ‘온 국민이 봐야 하는 영화’라는 수식어가 됐고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이 말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군함도’는 일종의 ‘강제 관람’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개봉 첫날인 26일에만 2027개의 스크린을 확보했고 10174번을 상영했다. 이에 개봉 첫날에는 97만 명을 동원하며 신기록을 세웠으며 27일 오전 10시에 1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좋은 소식으로 들릴 법도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좋지 않다.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은 “극장에 가니 ‘군함도’만 하더라. 뭘 고를 수가 없는 상황”, “이틀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것”이라는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군함도’는 어떻게 약 2000개의 스크린을 잡을 수 있었을까. 일반적으로 개봉을 앞둔 영화의 상영 횟수, 스크린 개수 등을 정할 때는 관객들의 예매율, 평가 등을 기반으로 해서 정해진다. 관객들의 평가는 VIP 시사회나 일반 시사회에서 이뤄지는데 이에 따라 극장 편성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편성이 이뤄진다.

CGV 관계자는 27일 동아닷컴에 “언론을 비롯해 시사회로 영화를 본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은 만큼 예매율이 이를 따라갔고 이에 따른 좌석점유율(현재 약 52.8%)과 앞으로의 예매율도(60.8%) 좋은 상황이다”라며 “이에 편성위원회에서도 이런 기준을 지켜 편성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군함도’가 차지하고 있는 스크린개수가 약 2000개이다. 앞서 개봉한 ‘스파이더맨 : 홈커밍’ 역시 약 19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는데 이 이유는 국내 극장수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시장의 발전 속도는 미미하지만 여전히 증가 추세다. 앞으로 2000개 이상의 스크린 확보는 일반화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군함도’의 스크린 독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8월 2일 장훈 감독의 신작인 ‘택시 운전사’가 개봉하기 전까진 상대할 작품이 없기 때문. 어찌됐든 ‘극장’은 시장 논리로 굴러가는 곳이다. 돈이 되는 곳에 관심을 더 기울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군함도’의 좋은 의도가 훼손되는 것은 안타깝다. 민족의 슬픔과 앞으로 나가야 할 길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류승완 감독의 좋은 메시지가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논란에 묻혀 불명예스러운 결과를 낳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신기록보다 빠른 흥행보다 더 중요하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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