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발 핵폭풍…긴장하는 시중은행

입력 2017-07-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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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나흘 만에 82만 계좌 넘어 화들짝
모바일 신용대출 한도액 늘려 맞대응
프리미엄서비스 강화 등 차별화 고심

“나 떨고 있니.”

국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예상을 뛰어넘는 무서운 초반 기세에 시중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7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핵폭풍이란 표현이 어색치 않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30일 오후 3시 현재 계좌 개설만 82만600개에 달하고 있다. 또한 예·적금액은 2750억원, 대출액은 2260억원을 기록했다. 4월3일 문을 연 케이뱅크가 계좌 40만 개를 넘는데 100일이 걸렸고, 16개 시중은행이 2015년 12월부터 1년 간 확보한 비대면 계좌개설 건수가 15만5000개 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시장 확장세다.

이런 돌풍은 국민 앱이라 불리는 메신저 ‘카카오톡’의 높은 인지도와 차별화된 서비스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카카오뱅크는 거래나 계좌개설 시 공인인증서와 화상통화 인증이 필요없는 간편함과 신용대출과 해외송금 등에서 금리와 수수료를 낮춘 파격 서비스로 주목을 받았다.

카카오뱅크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면서 시중은행들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지녀 어느 정도 경계는 했지만, 이 정도로 돌풍이 거셀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현재까지 드러난 카카오뱅크의 특장점을 보고 그에 대항하는 맞불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우선 저렴한 해외송금 수수료에 맞서 우리은행은 ‘해외송금 수수료 우대’로 맞섰다. 올해 말까지 비대면 채널로 해외송금을 하면 500달러 이하는 2500원, 500달러 초과 3000달러 이하면 5000원으로 송금할 수 있다.

이용의 간편함은 KB국민은행이 정면대결에 나섰다. 소득증명 없이 비대면으로 대출 받을 수 있는 소액 모바일 대출 서비스 ‘KB 리브 간편대출’을 내놓은 것. 고객등급 골드스타 이상이면 소득증명서 없이 모바일뱅킹 앱을 통해 최대 3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모바일 신용대출 한도 늘리기도 경쟁적으로 나섰다. 카카오뱅크가 한도를 최대 1억5000만원까지 허용하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그동안 3000만원에서 5000만원이던 직장인 대상 모바일 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일제히 상향조정했다.

이밖에 KEB하나은행은 이용자가 선호하는 메뉴를 우선 배치하는 등 사용자 편의 중심으로 앱을 개편했다.

물론 시중은행 일부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초반 상승세를 너무 의식하기 보다는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프리미엄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마이웨이’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장들이 최근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를 통해 경영전략 재수립에 돌입하는 등 움직임이 부산해 전체적인 기조는 변화 쪽으로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촉발한 시중은행의 위기의식과 그에 따른 대응책이 향후 금융권의 관전 포인트다”며 “카카오뱅크와 같은 길을 갈지, 아니면 틈새시장을 노릴지 고민은 당분간 깊어질 전망이다”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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