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꼬 아 뽀꼬, “우리가 음악으로 세상에 말을 거는 법”

입력 2017-08-01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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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선생님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장애 청소년 음악도들을 위한 ‘뽀꼬 아 뽀꼬’ 캠프가 7월26일부터 28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렸다.

뽀꼬 아 뽀꼬는 스페인어로 ‘조금씩 조금씩’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장애 청소년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느릴지는 몰라도 조금씩 조금씩 ‘확실하게’ 발전해 나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캠프는 전국의 특수교육 대상자 및 장애를 가진 중·고등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클래식 음악캠프이다.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와 국립특수교육원, 삼성화재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특수학교여가활동연구회가 주관한다. 올해로 벌써 9년이 됐다.

올해는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피아노, 성악 분야에서 자유곡과 지정곡 오디션을 통해 50명을 선발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악기별로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의 레슨을 통해 음악적 수준을 높이는 한편 오케스트라 협주의 기회를 얻었다. 음악활동 외에도 사회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과정활동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음악 전문가들 외에도 대학생 등 자원봉사자들이 활동멘토, 음악멘토로 참여했다.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부모, 지인들을 초청해 콘서트를 개최했다. 피아노 독주, 바이올린·비올라·첼로의 파트별 협주, 클라리넷·플루트·트럼펫 협주 등이 관객의 따뜻한 박수 속에 진행됐다. 뽀꼬 아 뽀꼬 출신 연주자들로 구성된 비바챔버앙상블은 모차르트의 ‘아이네클라이네나흐트무지크’를 수준 높은 연주로 들려주었다.

이날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는 참가자 전원이 참여해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낸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연주였다. 연주회는 무대 위의 연주자들과 관객이 ‘유 레이즈 미 업’과 ‘고향의 봄’을 합창하는 것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뽀꼬 아 뽀꼬 캠프 초창기부터 참여했으며 이번 캠프에서도 총괄진행과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은 오경열 교수(세종심포니오케스트라 단장)는 “초기에는 합주가 어렵고 연주곡도 훨씬 단순했는데 올해는 비록 부분 발췌지만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을 합주하는 수준까지 올라갔다”며 만족해했다. 뽀꼬 아 뽀꼬는 캠프로 끝나지 않고 하반기에 별도의 연주회를 개최한다. 캠프 참가학생뿐만 아니라 삼성화재 임직원 및 가족 등 악기연주에 능한 자원자들이 함께 한다. 올해도 10월에 연주회가 열린다.

오 교수는 “중·고등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라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고3 학생들이 많이 아쉬워한다. 대학생이 참가한다면 훨씬 더 퀄리티가 높은 캠프가 될 것이다. 예산 등 걸림돌이 있겠지만 뽀꼬 아 뽀꼬 캠프의 참가 대상이 더욱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마지막 날 연주회에서 사회를 맡은 나지영 교수(서울페스티발앙상블 단원) 역시 초창기부터 캠프에 참여했다. 피아노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나 교수는 “참가학생들이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도 잘 지내고 조화를 이뤄 해마다 캠프를 진행하며 감동을 받는다. 학생들을 통해 오히려 내가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캠프를 찾는 학생들 중 상당수는 음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 교수는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도 기회가 되면 계속 지켜보고 있다. 아이들의 실력이 느는 것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캠프에 참여한 학생과 부모들에게 “아이의 음악을 길게 보라”고 조언한다. 음대에 진학해 전문가의 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얘기이다. 나 교수는 “악기를 잘 연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인생에서 사람들과 더 재미있고 잘 지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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