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 이겨내고 제2의 야구인생…이한진 경찰청 코치

입력 2017-08-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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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시절의 이한진 코치. 사진제공 ㅣ SK와이번스

SK 왕조 한축…혈행장애로 결국 은퇴
성실함 바탕 후배 양성 지도자의 길로


운동선수에게 질병은 치명적이다. 특히 치료가 힘든 희귀병은 선수 생활을 앗아가기도 한다. 미국 프로야구 탬파베이 데빌레이스의 로코 볼델리나, 뉴욕 양키스의 루게릭은 불의의 질병으로 인해 각각 선수 경력과 삶을 마감하게 된 안타까운 사례들이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희귀병에 굴복하는 것은 아니다. 버거씨병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마칠 뻔 했으나 병마에 굴하지 않고 마운드에 돌아온 한화 이글스의 송창식, 그리고 혈액암을 극복하고 돌아온 시카고 컵스의 존 레스터 등은 팬들에게 큰 감동과 희망을 선물해줬다.

퓨처스리그 경찰 야구단의 투수코치를 맡고 있는 이한진 코치 역시 희귀병을 이겨내고 야구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2002년 SK 와이번스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한진 코치는 SK 왕조의 한축으로 활약했던 선수이다. 2007년에는 벌떼마운드의 한축을 담당하며 알짜배기 활약으로 SK와이번스의 우승에 기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한진 코치의 야구 인생은 탄탄대로가 예상됐다.

그러나 2008년 이한진 코치에게 찾아온 병마가 모든 것을 앗아갔다. 이한진 코치에게 찾아온 레이노드 증후군은 손에 혈행장애가 나타나 기온이 떨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관이 수축해 손에 피가 통하지 않는 희귀병이다.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였던 그에게 오른손 검지와 중지의 마비는 치명적이었다.

결국 혈행장애로 인해 이한진 코치는 1군 무대에 더 이상 설 수 없었다. 증상이 완화될 때 간혹 1군 무대에 오를 경우도 있었지만, 2008년 이후 단 한번도 10경기 이상 출전하지 못하며 팬들로부터 잊혀져 갔다. 질병과 씨름하던 이한진 코치는 지치지 않고 1군 무대에 도전했지만 2015년 방출 통보를 받고 선수 은퇴를 결심하게 된다.

선수 인생은 마감되었지만, 이한진 코치의 야구 인생은 계속되고 있다. 2군 무대에서 보여준 성실함을 높이 평가한 경찰 야구단이 손을 내밀었고, 지난해부터 경찰 야구단에서 후배들을 지도하는 코치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현재 그는 김경원 코치를 보조하며 젊은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선수 경력은 스타플레이어 출신 코치들에 비해 부족하지만 선수들을 아끼고 가르치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크다. 지난해 입대한 KIA 타이거즈 박정수, 두산 베어스 변진수, 롯데자이언츠 이인복 등이 그와 함께 2016년 경찰의 유니폼을 입은 첫 제자들이다. 아직 제대한 선수는 없지만, 이한진 코치는 선수들을 미래의 주축 선수로 만들기 위해 세심하게 지도하고 있다.

이한진 코치에게서 병마는 야구선수로의 희망은 앗아갔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까지 빼앗지는 못했다. 코치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 이한진 코치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윤규 스포츠동아 대학생 명예기자 yoon2pa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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