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예술가 김종관 감독이 지난해 ‘최악의 하루’에 이어 올해 또 하나의 감성 드라마를 선보인다. 정유미부터 한예리 정은채 임수정까지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이 함께한 영화 ‘더 테이블’이다.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더 테이블’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더 테이블’에 출연한 한예리 정은채 정준원 전성우 그리고 김종관 감독이 참석했다.

‘더 테이블’은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 하루 동안 머물다 간 네 개의 인연을 통해 동시대의 사랑과 관계의 다양한 모습을 비추는 영화. 정유미-정준원, 정은채-전성우, 한예리-김혜옥, 임수정-연우진이 테이블에 머물다 간 사람들로 호흡을 맞췄다.

김종관 감독은 “우리 작품이 멜로 드라마로 소개되고 있지만 통속성이 있음에도 재밌고 마음에 남는 영화가 됐으면 했다. 한 곳에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들의 대화를 연결해서 다른 상상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쓸 때만 해도 이렇게 화려한 배우들과 함께하게 될 줄 몰랐다. 좋은 배우들이 좋은 역할을 맡아줘서 고마웠다. 촬영은 일주일 동안 진행했는데 각 배우들은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내줬다. 같은 장소 같은 의자에 다른 배우가 앉아서 다른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들더라. 배우들이 개런티에 의미를 두지 않고 와서 연기해줬는데 그들에게도 리스크와 책임감은 그대로지 않나. 나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야 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여러 생각을 들게 하는 작업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이렇게 화려한 캐스팅을 어떻게 완성했을까. 그는 “평소 시나리오는 누가 할지 모르고 쓰는 스타일이다. 이미지나 뉘앙스만 아는 배우들에게 힌트를 받긴 한다”고 말했다. 한예리는 전작 ‘최악의 하루’의 인연이, 정은채는 김종관 감독에 대한 팬심이 출연으로 이어졌다.

김종관 감독은 “한예리에게 조심스럽게 시나리오를 줬는데 같이 작품을 하게 되어서 행운이었다. ‘은희’라는 인물을 한예리가 한 번 더 하게 되어서 나 또한 재밌더라. 처음부터 정한 건 아니지만 내심 은희를 한예리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었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한예리는 “김종관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한 번 읽어보라고 하더라. 네 캐릭터 중 은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상대 역할도 마음에 들었다. 더불어 은희로 다시 연기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최악의 하루’ 은희의 그 다음일지 또 다른 은희일지 궁금증을 가지면서 재밌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정은채는 “네 배우 중에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평소 좋아하는 감독님,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들과 함께 캐스팅돼 좋았다.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 잘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정유미와 호흡을 맞춘 정준원은 “평소에도 좋아하는 선배들과 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같이 연기하면서 너무 좋았다”며 “내 앞에 연예인이 앉아 있는 것 아닌가. 본능에 충실해서 연기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전성우는 “모든 게 새로웠다. 첫 영화를 좋은 작품으로 출발한 것 같다”고 벅찬 소감을 말했다.


김종관 감독은 행사를 마치면서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독려했다. 그는 “멜로나 드라마 장르의 작품은 투자가 잘 안 된다. 캐릭터 또한 한정적”이라면서 “이 작품이 개봉하고 긍정적인 작용이 생기면 이 다음 작품도 할 수 있지 않겠나. 이렇게 사소함에 집중하는 영화도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계속 해나가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작품은 투자를 받아서 만든 영화가 아니다. 작은 규모로 진행됐다”며 “이 작품이 잘 되어서 이후에 배우들에게 개런티를 주면서 재밌게 작업할 수 있는 작품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예리는 “‘더 테이블’이 개봉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여기에 작품도 잘 되면 더 좋을 것 같다. 작은 영화도 잘 되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는 말로 힘을 더했다. 정은채도 “개인적으로 김종관 감독님의 팬이다. 감독님이 앞으로도 인물들을 따뜻하고 지그시 바라볼 수 있는 영화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배우도 관객도 이렇게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더 테이블’은 8월 24일 개봉 예정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