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神 윤경신과 태백 초등생의 특별한 만남

입력 2017-12-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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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핸드볼의 살아있는 전설 윤경신 두산 핸드볼팀 감독이 7일 강원도 태백시 장성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원랜드 레전드 초청 스포츠 꿈나무 교실’ 행사에서 유소년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노하우를 전하는 윤 감독이나,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이나 모두 환한 미소를 짓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태백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7일 이른 오전 서울에서 강원도 태백시로 가는 길은 온통 눈 나라였다. 두산 핸드볼팀 윤경신(44) 감독은 전날 밤 함박눈이 펑펑 내리자 혹시 아이들과 만남이 늦어지거나 차질이 생길까 걱정했다.

다행히 눈은 그쳤고 큰 길은 운전하기 수월했다. 윤 감독은 출발을 서둘렀고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태백 장성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체육관 문을 연 순간, 아이들은 동시에 멈춰 섰고 잠시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진짜 크다”, “진짜 왔다”라는 수군거림이 좀 더 이어진 후에야 아이들은 수줍게 인사했다. 윤 감독은 활짝 웃었고 직접 아이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챙긴 사인볼과 자신의 현역 시절 유니폼, 두산 로고가 새겨진 털모자를 꺼냈다.

윤 감독은 한국보다 오히려 핸드볼 인기가 뜨거운 독일에서 더 유명한 국제스타였다. 야구는 박찬호, 축구는 박지성이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스포츠 영웅이었다면 윤 감독 역시 세계 최고의 핸드볼 선수로 누구도 넘보지 못할 빛나는 업적을 세웠다.

모두 핸드볼 선수지만 초등학생들이라 윤 감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모두 ‘검색의 달인’들이었고 분데스리가 8차례 득점왕, 통산 최다득점 기록, 올림픽 5회 출전, 아시안게임 금메달 5개 등 주요 기록이 줄줄이 나왔다.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아는 만큼 더 어렵고 수줍었지만 윤 감독은 “키(203㎝)가 정말 크죠?”라고 웃으며 허리춤에 머리가 겨우 닿는 아이들과 직접 키도 재주며 친근히 다가갔다.

7일 강원도 태백시 보드미길에 위치한 장성초등학교에서 ‘강원랜드 레전드 초청 스포츠 꿈나무 교실‘이 열렸다. 윤경신 두산 핸드볼팀 감독이 유소년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마킹 된 유니폼을 보여주고 있다. 태백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황지초 5년 여학생, 핸드볼 레전드 윤경신 사로잡아

한 달 전 그에게 ‘레전드 초청 강원랜드 스포츠 꿈나무 교실’(주최 스포츠동아·동아일보·채널A·동아닷컴, 후원 강원랜드)에서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느냐는 제안을 했을 때, 윤 감독은 기꺼이 개인일정까지 변경하며 “꼭 함께 하겠다”고 답했다. 강원도 지역 핸드볼 유망주들을 직접 만나 격려하고 힘을 주기 위한 마음이었다.

윤 감독의 이번 태백행에는 8년 이상 국가대표 수문장으로 활약한 골키퍼 박찬영, 그리고 슈팅 능력이 뛰었던 김세호(이상 두산)이 동행했다. 세 사람은 이날 장성초 남자선수 12명, 황지초 여자선수 13명을 함께 지도했다.

윤 감독은 직접 A4용지 세 장에 정리한 레슨 프로그램을 알기 쉬운 설명으로 진행했다. 또한 정상급 실업 선수들의 시범을 곁들여 집중도를 높였다. 특히 점점 더 ‘술래’가 늘어나는 게임을 접목한 체력 훈련은 아이들에게 폭발적 호응을 받았다. 슈팅과 패스도 페인팅, 스텝 기술을 익힐 수 있게 세심히 지도했다.

이날 윤 감독은 남다른 슈팅 능력을 선보인 황지초 5학년 신채연에게 “몇 학년이니? 정말 잘 한다”며 남다른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레슨에서 훈련한 것들을 실전에 적용하는 미니 게임이 열렸고, 이어 윤 감독은 아이들과 코트에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를 함께 먹는 동안 그에게는 ‘핸드볼의 신’에게 궁금했던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어떻게 하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냐”고 묻자, 윤 감독이 “처음에 핸드볼을 시작할 때는 키가 작았다. 잘 먹고 즐겁게 훈련하면서 컸다”고 답하자 학생들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쉽게 끝날 줄 모르는 학생들의 질문세례에도 그는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날 황지초 에이스로 윤 감독이 관심을 기울이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신채연은 “잊지 못할 날이다. 2인1조 술래잡기는 재미있었고 슈팅 훈련은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며 핸드폰을 꺼내 직접 기념촬영을 청하기도 했다.

7일 강원도 태백시 보드미길에 위치한 장성초등학교에서 ‘강원랜드 레전드 초청 스포츠 꿈나무 교실‘이 열렸다. 윤경신 두산 핸드볼팀 감독이 클리닉을 마친 후 유소년 학생들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태백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장성초 6학년 진영록은 “핸드볼을 열심히 해서 두산에 입단하고 싶다”며 웃었다. 같은 학년 이희찬은 “윤경신 감독님을 직접 만난 것만으로도 엄청난데, 두산 선수들과도 함께 훈련해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윤 감독은 아이들의 사인 요청과 사진촬영 부탁에 한명씩 모두 응했다.

윤 감독은 편도 4시간을 달려온 여독, 그리고 오후 내내 이어진 레슨, 그리고 다음날 곧장 삼척초등학교 선수들과 꿈나무 교실이 예정돼 있어 마음이 급할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미소를 지으며 진심으로 꿈나무들을 대했다.

윤 감독은 “장성초는 전교생이 100여명이다. 한 학년에 20명이 되지 않는데 핸드볼 팀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의 열정에 탄복했다. 황지초에는 매우 잠재력이 큰 선수들이 있어 무척 반가웠다. 기회가 되면 아이들과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태백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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