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 결산①] 이순재부터 유동근까지 ‘베테랑’들이 말하는 ‘배우와 연기’

입력 2017-12-27 10: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17년 3월 24일부터 11월 20일까지, 총 38명의 베테랑들을 만나왔습니다. 처음 ‘베테랑 토크’를 시작하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베테랑들의 바쁜 스케줄로 섭외가 난항을 겪진 않을지, 혹여 준비한 자료들이 잘못돼 적절치 않은 질문을 하진 않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또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와의 만남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선배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베테랑들을 만나기 전 심호흡을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의 베테랑들은 최고였습니다. 매 질문마다 진심을 다해 답을 해주셨고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환한 웃음으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베테랑들과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사전에 그 배역에 대한 공부가 되어 있지 않고는 ‘아 내가 그 배역이 되어 일기를 써봐야 겠다’는 발상까지 이어질 수가 없어요, 그래야 이른바 ‘메소드’ 연기를 할 수 있죠. 이런 과정 없이 메소드 단계로 들어가 봐야 깊이가 얕아요. 그러면 대중들도 몇 작품 보다가 금방 그 배우의 역량을 다 파악해요. 그래서 대한민국 스타들의 말로는 결국 추락일 수밖에 없는거죠.” - 김응수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다. 집중해서 만들어내려는 욕구, 의욕, 노력은 화면을 통해서 다 보인다. ‘이만하면 됐지’하는 마음을 가지면 거기서 끝이다. 언제나 창조하려고 고민을 하는 게 내가 하고자 하는 바다.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을 하면서 많은 역할을 했고,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런 것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단지 나는 이제 일을 하다가 죽고 싶다. 그것을 순직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행복한 조건으로 죽는 게 아닌가.” -이순재


“늘 좋은 시나리오를 찾으려고 많이 노력해요. 그리고 늘 새로움을 도전하려고 해요. 나이가 먹어도 액션을 하고 싶고 새로운 장르를 해보고 싶은 게 배우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도 필요해요. 운동을 해서 몸을 가볍게 만드는 것도 그 중에 하나죠. 나이는 들어도 체력은 나이가 들면 안 돼요. 점점 나이가 들지만 계속 새로워야 한다는 생각에 늘 준비된 자세로 일상을 보내요.” -안성기


“우리 직업은 목적을 받는 사람이지 만드는 사람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제가 어떤 배역을 맡았다고 해요. 그러면 그때부터 대본과 씨름을 하고 캐릭터를 고민하죠. 그러면 의상과 분장, 내 주위의 환경들이 하나씩 저에게 입혀져요. 그 이후에 내 것으로 만들려는 훈련을 하죠.” -유동근


“극단 선생님께서 연기자는 물레를 돌리는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급하지 않고 계속해서 돌려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결국 쓸모가 없어진다고 하셨죠.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다 보면 행복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그 때는 내 연기에 만족했을 때죠. 연기자는 보는 사람들에게 감정과 만족감을 전달하는 사람이잖아요. 또 그 분들의 만족감이 결과가 되고 그 만족감이 저희의 만족, 행복이 되죠. 하지만 저희도 사람인지라 스스로의 일에 만족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내 연기에 확신이 드는 기분, 그럴 때 행복해져요. 이런 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에게는 ‘자존감’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못 먹어도 고’ 정신이 필요해요.” -장영남


“제 인지도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관객 한 분이라도 더 보게 하는 힘이 된다면 감사한 일이죠. 어쩌면 돈을 많이 버는 일만 할 수 있는 것도 좋겠죠. 하지만 그렇게만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관계 맺은 사람들을 돕고 싶을 때도 있고 이익을 내려놓고 돌아볼 때도 있어야죠. 의미가 깊은 작품이라면 재능 기부를 할 수도 있고요. 좋은 작품인데 많은 분이 보지 못하는 한계점과 아쉬움 때문에 선택하지는 쉽지 않지만…. 이렇게 작은 움직임을 주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조성하


“재미있어서 시작을 했고 나름 굴곡도 많았어요. 나름 잘 한 게 있다면 크고 작은 역할을 따지지 않고 연기했다는 것? 분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연기를 하는 건 연기자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내가 연기했던 인물들은 내 공부가 됐고 지금의 내 연기 자산이 됐죠. 전 죽을 때까지 연기할 거니까요. 진심은 통한다는 말을 믿어요. 어떤 역할이든 정직하게 해 내는 게 배우가 할 일이잖아요. 매번 어려움에 봉착하지만 최선을 다해 하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진심’을 보여주는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김미경

동아닷컴 조유경·곽현수·정희연 기자
사진|국경원·방지영 기자
편집·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