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연잡] 실제처럼 만든 페이크 다큐, ‘곤지암’의 공포감도 극대화

입력 2018-04-0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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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곤지암’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공포영화 ‘곤지암’이 개봉 2주째 평일에도 하루 8만 명 이상 모으면서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4일까지 누적관객은 160만 명을 넘어섰다.

‘곤지암’ 흥행요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이다. 엄연한 설정이지만 마치 사실처럼 연출하는 이 기법이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페이크 다큐는 리얼리티를 담보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해 허구의 상황을 실제처럼 만들어낸다. 다큐멘터리가 가진 사실성의 강점을 활용해 극영화에 쓰면서 어떤 장면이 실제이고 어떤 장면이 연출인지 구분하기 힘든 ‘효과’를 유발한다. 실화일지 모른다는 막연한 믿음도 안긴다.

‘곤지암’은 극의 배경인 곤지암 정신병원이 ‘공포 성지’로 외신에 보도되며 화제를 모으던 2011년, 제작자가 연출자 정범식 감독에게 ‘페이크 다큐로 공포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페이크 다큐가 공포영화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는 사실은 영화계에서 공감을 얻었지만 낯선 기법인 만큼 쉽게 시도되지 않았다.

‘기담’(2007년)부터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까지 공포영화에서 실력을 발휘해온 정범식 감독은 “진짜 같은 공포 체험”을 위해 페이크 다큐 방식을 적극 받아들였다. 영화는 7명의 주인공이 유튜브 중계를 위해 카메라를 하나씩 갖고 곤지암 정신병원에 들어가 겪는 이야기다. 영화에 쓰인 90%의 촬영 분량은 이렇게 배우들이 직접 찍은 영상. 생생한 현장감이 그대로 담겼고, 덕분에 관객 역시 그 ‘현장’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페이크 다큐는 할리우드에서는 활발히 활용되는 기법이다. 1999년 제작비 2200만 원으로 만들어진 공포영화 ‘블레어 위치’가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해 2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면서 본격 시작됐다. 이후 ‘파노라말 액티비티’, ‘클로버필드’ 등 히트작이 꾸준히 나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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