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9번 타자, 다시 쉼터로 전락하나?

입력 2018-05-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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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다소 부진한 김선빈.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또 하나의 테이블세터에서 다시 쉼터로 전락하는가. 시즌 일정이 20% 넘게 소화된 가운데 KBO리그에서 9번 타자들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KBO리그는 4월까지 151경기를 치렀다. 시즌 전체 720경기의 20.9% 일정을 마쳤다. 올해도 어김없이 타고투저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리그 타율은 0.278로 다소 잠잠하지만 OPS(출루율+장타율)는 0.782로 2016년(0.791)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기당 2.27개의 홈런이 터지며 대량 득점이 빈번하다.

리그 9번 타자들은 이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리그 9번타순 OPS는 0.646에 불과하다.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치로, 타순별 생산력이 가장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리그 평균(0.791)의 80% 수준에 그치고 있다.

KT는 박기혁(OPS 0.886), 오태곤(1.500) 등이 해당 타석에서 분전하며 팀 9번타순 OPS 1위(0.926)로 리그 평균을 훌쩍 상회한다. SK 역시 9번타순에서 김성현 등이 분전하며 OPS 0.844, 평균 이상을 유지 중이다. 반면, 포수를 주로 9번타순에 세우는 롯데(0.401), NC(0.496)는 출루 한 번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9번에 배치되는 타자들의 면면이 달라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 수년간 감독들은 9번 타자를 ‘또 하나의 테이블세터’로 분류했다. 9번~2번 타순에서 출루가 잦으면 이를 클린업트리오가 해결하는 방식이다. 김상수(삼성), 김선빈(KIA) 등 타격에 재능 있는 선수들이 타순 맨 끝에서 투수의 긴장을 끌어올렸다.

LG 강승호. 스포츠동아DB


하지만 올해는 말 그대로 ‘아홉 번째 타자’가 이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잦다. 리그에서 9번에 가장 많이 들어선 건 강승호(LG)다. 104타석에 들어서 타율 0.191 OPS 0.547에 머물고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정범모(NC)도 타율 0.143 OPS 0.327에 허덕이는 중이다. 지난해 타격왕 김선빈(KIA) 역시 56타석에 들어서 타율 0.261 OPS 0.674로 예년만 못하다. 김선빈은 2번과 9번을 오가며 타격감 향상에 매진 중이다.

SBS스포츠 이종열 해설위원은 “최근 리그는 강한 2번과 7번이 대세다. 상위 타순에 좋은 타자를 배치하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강타자들이 남아있다면 9번에 배치할 수 있다. 지난해 KIA가 김선빈을 활용했고, 두산이 김재호를 그렇게 기용했다. 또, 김상수가 건재하던 과거 삼성이 그렇다. 하지만 올해는 외인 타자들도 마땅히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니 이들의 타순이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도 “9번타순이 약한 팀을 살펴보면, 타자에게 사실상 수비 이외에 현실적으로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내셔널리그의 투수 타석이라고 봐도 될 정도”라고 꼬집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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