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아날로그 스포츠] 눈물 안 통하는 프로의 세계…평소 흘린 땀만 믿어라

입력 2018-05-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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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에서 연봉협상을 잘하기로 소문난 신영석. KOVO의 관리를 받던 우리캐피탈 시절 협상 파트너에게 자신의 장점과 기록, 새로운 시즌의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원하는 만큼의 연봉을 받아냈다. 블로킹 부문 개인타이틀을 따내면 보너스를 받는 옵션을 맺어 추가로 목돈도 챙겼다. ‘2017∼2018 도드람 V리그’ 시상식에서 MVP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신영석. 스포츠동아DB

배구 비시즌 5∼6월 연봉협상 시기
프로스포츠는 돈이 곧 자신의 가치
자신이 원하는 금액 명확히 전해야
노력없이 누구만큼 달라는 건 금물
도장 찍곤 웃는 얼굴로…뒷말 NO!


배구선수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는 비시즌인 5∼6월이다. 계속 경기를 해야 하는 시즌이 더 힘들 것이라고 짐작하겠지만 아니다. 한 시즌을 마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에 체력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공을 가지고 하는 훈련은 재미있지만, 장기레이스에 필요한 기초체력을 기르는 기간에는 선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체력단련 프로그램이 기다린다. 게다가 이 기간 동안 대부분의 구단은 선수들과 연봉협상을 해 주전자리가 확보된 선수가 아닌 이상 쉽게 아프다는 핑계로 훈련에 빠지지도 못한다. 그래서 삼성화재 시절 신치용 감독은 5∼6월에 아주 혹독하게 훈련을 시켰다. 이 기간에 흘린 땀이 우승을 결정한다고 믿었다.


● 선수들에게는 챔프전 마지막 포인트보다 중요한 순간이 연봉협상 테이블

선수 입장에서 본다면 체력훈련보다 더 힘들고 마음을 졸여야 하는 때가 있다. 바로 연봉협상의 순간이다. 돈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는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연봉협상 테이블보다 긴장되고 중요한 상황은 없다.

경기 도중 나오는 플레이는 반복훈련을 통해 준비하고, 어려운 상황은 루틴을 통해 대비할 기회라도 있지만 연봉협상은 다르다. 아쉽게도 우리 선수들은 연봉협상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

선수들은 타고난 능력과 플레이의 편차에 따라 스타급과 보통선수로 확실히 나뉘지만, 연봉협상은 다르다. 누구라도 조금만 노력하면 좋아질 여지가 많다. 많은 구단 관계자들의 경험담을 근거로 연봉협상을 잘하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선수들이 알아두면 좋은 연봉협상 잘하는 법 6가지다.

스포츠동아DB



● 내 의견을 잘 말하고, 다른 누구와 비교하지 말고, 울지 말라!

첫째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해야 좋다. 협상 테이블에서 구단 담당자가 가장 답답해하는 것이 대화상대인 선수의 속내를 모를 때다. 도대체 얼마를 받겠다는 것인지 말하지 않으면 답답하다. 구단이 어떤 제안을 해도 듣기만 하고 의견을 내놓지 않고 버티면 담당자는 화도 난다. 협상전략으로 내 카드를 다 보여주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최소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근거는 무엇인지 설명은 해줘야 좋다. 그래야 협상이 진행된다.

만일 협상이 이어지지 않으면 마지막에는 일방적인 통고만 오가고 서로의 감정만 나빠진다. 선수가 힘이 있을 때는 묵비권 전략이 유리하겠지만 세상에 어떤 선수도 천년만년 전성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둘째 다른 누구와 비교하면 손해다. 다짜고짜로 누구만큼 달라고 하는 선수들이 의외로 많다. 구단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그렇게 주장하고 싶다면 구체적인 성적 등 수치나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자신이 더 나은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런 노력 없이 무조건 ‘누구와 동기다’ 아니면 ‘그보다 내가 잘 한다’며 더 달라고 하면 협상은 실패한다. 협상 파트너가 내 플레이 능력을 다른 선수와 비교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지 생각해보면 답은 나온다.

셋째 울어봐야 소용없다. 이것은 여자선수들에게 해당된다. 협상을 끝낸 뒤 원하는 만큼 못 받아서 속상한 나머지 또는 협상 때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한 채 그냥 울기만 하는 선수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사회생활 경험이 적고 숙소생활로 세상물정에 어두운 여자선수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자주 본다. 어느 구단 사무국장은 “선수에게 현역생활 대신 다른 길을 알아볼 때가 됐다고 말하려는데 계속 울기만 해서 혼났다”고 털어놓았다. 흔히들 여자의 눈물은 무기라고 하지만 운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울기 전에 선수로서 내 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누구는 “나와의 관계를 믿지 말고 평소 흘린 땀과 실력을 믿어라”고 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 도장을 찍고 나서는 군말을 말고, AS를 잘 하고, 평소에도 잘해라!

넷째 도장을 찍었다면 뒷말을 하지 말라. 연봉협상이 끝난 뒤 아쉬움에 협상의 불만을 계속 드러내는 선수들이 있다. 그래봐야 좋을 것은 없다. 나중에 협상이 선수에게 불리했다면서 구단이 알아서 더 챙겨줄 수는 만에 하나 있겠지만 뒤에서 구시렁거리는 선수에게는 그런 기회조차도 없다. 도장을 찍었으면 끝이다. 그 전에 더 열심히 치열하게 협상하는 것이 정답이다.

다섯째 협상이 끝났으면 AS(애프터서비스)를 잘하라. 협상 때 아무리 애를 먹였어도 도장을 찍은 다음에 웃는 얼굴로 협상 파트너에게 수고했다며 악수를 청하는 선수는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드문 경우지만 협상 뒤 “고생했다”며 담당자에게 밥을 사는 선수도 있다. 밥 살 돈은 구단에도 있다. 그런 의사표현만 해줘도 그 선수는 구단에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 내년에는 협상 담당자가 자발적으로 더 많은 돈을 주고픈 마음이 생기도록 만들어야 진짜 프로다. 정성을 담은 선물도 좋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주면 상대도 준다. 연봉협상 담당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차피 구단이 쓰는 연봉총액은 정해져 있다. 그 돈을 어떻게 분배하는지는 담당자의 몫이다.

여섯째 평소에 잘해라. 때로는 구단이 선수들에게 부탁해야 할 일이 생긴다. 주변 친지에게 줄 선물로 선수의 사인이 필요할 때도 있다. 사회공헌활동도 선수가 나서야 더 효과가 크다. 스폰서를 위한 구단의 행사 때 들러리를 서줘야 하는 역할도 있다. 이럴 때 웃는 얼굴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선수는 보답을 받는다. 구단 입장에서 보자면 팀에 충성스러운 선수라 쉽게 내치지 않는다. 구단이 뭔가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선수가 되느냐 아니냐는 자신의 평소 행동에 달려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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