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원작 #강박 탈출 #청불…힌트로 본 이창동의 ‘버닝’ (종합)

입력 2018-05-04 1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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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현장] #원작 #강박 탈출 #청불…힌트로 본 이창동의 ‘버닝’ (종합)

영화 ‘버닝’의 배우들과 이창동 감독이 칸 국제 영화제로 향하기 전 취재진을 다시 한 번 만났다. 지난달 24일 열린 제작보고회와 큰 차이 없는 행사였지만 영화에 대해 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버닝’ 기자회견. 보통 언론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가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칸 국제 영화제 정책상 시사 없이 간담회만 진행됐다. 때문에 영화의 내용은 철저히 베일에 싸인 상황.

이창동 감독은 “어떤 영화로 관객을 만나야 할지 생각이 많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었다. 이가운데 젊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학교에 있을 때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요즘 젊은이들과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같이 고민했다. 젊은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버닝’이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젊은이들은 어쩌면 자기 부모 세대보다 더 못 살고 힘들어진 최초의 세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발전했고 앞으로 나아왔지만 더 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다. 그런 세상 속 젊은이들에게 무력감과 내재된 분노가 있을 것 같았다”면서 “과거에는 분노의 상대가 뚜렷했지만 지금은 무엇 때문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지 찾기 어려운 시대다. ‘버닝’이 그런 분노를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그런 젊은이가 일상 속에서 이 세상의 미스터리를 마주하는 모습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

원작에 대한 언급에 유아인은 “원작을 읽기 전에 시나리오를 먼저 봤다. 이전에 받은 시나리오들과는 달리 묘사가 굉장히 구체적이었다. 소설에 가까울 정도로 인물의 감정이나 대사가 구체적으로 표현돼 있어서 인상적이었다”며 “원작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정서를 담았다. 한국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지만 전세계인들이 공감할 만한 지점도 있다”고 밝혔다.

스티븐 연은 “나는 원작 단편을 먼저 읽고 대본을 받았다. 단편이 가진 강렬한 느낌을 온전히 잘 표현했더라. 여기에 새로운 색깔을 더했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이면서 보편성 있는 스토리로 재탄생됐다”며 “한국과 일본의 다른 문화를 잘 살려서 새로운 색을 입히면서 특별하고 독특한 의미를 가지게 된 것 같다. 원작과 ‘버닝’의 각본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창의적으로 포장됐다”고 귀띔했다.

전종서는 ‘버닝’ 촬영을 마친 후 단편을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버닝’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으로서 느끼는 분노와 억울함이 미스터리하게 담겼다”면서도 “원작과 영화의 차이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어려워했다.


앞서 ‘버닝’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측은 “‘버닝’은 세 남녀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그린 영화로 남녀 성행위 장면과 흉기 살해 등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들이 자극적으로 묘사됐다”며 “살인과 방화 충동이라는 주제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동 감독은 “방화와 살인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처럼 나와 있지만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자극적인 장면은 별로 없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영화 자체는 다른 의미에서 꽤 자극적이고 재밌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청소년 관람불가인데 나는 청소년이 많이 봐야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전혀 다르고 새로운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거들었다. 연기적으로도 이전과 다르게, 강박을 버리고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 비교적 많은 작품을 소화했다. 표현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며 “‘천의 얼굴’ ‘유려한 연기를 한다’는 표현을 많이 쓰지 않나. 나 또한 잘하고 싶어서 애쓰고 안달 나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버닝’을 하면서 표현의 강박과 관성에서 벗어나서 연기했다. 느낌 위주로, 있는 그대로, 사실에 가깝게, 해석의 여지를 크게 열어주는 연기를 해내는 게 이번 영화에서의 과제였다”고 고백했다.

제71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 16일 상영을 통해 영화제 관객들을 만난다. 유아인은 수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유아인은 “수상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부담스럽다. 몸 둘 바 모르겠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생애 처음으로 칸 국제 영화제에 입성하는 그는 “칸 영화제에 가는 건 내 개인사가 아니다. 우리 영화를 소개하러 가는 자리다. 그곳에서 이 알쏭달쏭 수수께끼 같은 이 영화를 잘 알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많은 분이 ‘버닝’에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제71회 칸 국제 영화제 레드카펫 입성을 앞두고 있는 ‘버닝’은 5월 17일 개봉한다.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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