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전향 후 첫 타석, 김정후가 전한 그 순간의 감동

입력 2018-05-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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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정후.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웃는 모습이 많이 잡혔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울 뻔했죠.”

두산 김정후(31)의 말에 진심이 묻어났다. 그에게 3일 잠실 KT전 11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일 것이다. 결과는 삼진이었고, 이와 동시에 팀의 2-3 패배가 확정된 그 장면.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아웃카운트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떻게든 출루하기 위해 1구 1구에 집중하는 김정후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큰 울림이 있었다.

야구에서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장면이 그리 생소하진 않다. 지명타자제도가 없는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NL)와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에선 투수도 타격을 해야 한다. LA 다저스 류현진(31)도 빅리그 통산 25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KBO리그에는 지명타자제도가 있다. 따라서 엔트리에 포함한 야수를 모두 소진해 지명타자가 소멸됐을 때만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장면을 볼 수 있다. 3일 김정후가 타석에 들어선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SK에서 외야수 김경근으로 활동할 당시 모습.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타자 출신인 김정후에게 KBO리그의 타석은 그리 어색할 게 없다. 김정후로 개명하기 전(김경근) 2013시즌 SK에서 4타석에 들어선 바 있어서다. 당시 그는 이만수 전 SK 감독이 시범경기에서 4번타자로 기용할 정도로 타격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투수로 전향한 뒤 첫 타석의 의미가 특별할 만도 하다. 7개의 공을 보며 끈질긴 풀카운트 승부를 했고, 네 차례 배트를 휘둘렀다. 의미 없는 스윙이 아니었다. 그는 혼을 담아 배트를 돌렸다. 타자로 성공하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던 입단 첫해(2013시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동료들은 “홈런 하나 칠 줄 알았다”며 그를 격려했다.

김정후는 “타석에서 웃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많이 잡혔다고 히는데, 실제로는 울 뻔했다. 그만큼 감격스러웠다. 김태형 감독님께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타석에 나가려고 했다”며 “투수로 전향하고 나선 다시는 프로 무대에서 타석에 설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루하루, 매 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라는 그의 말과 일맥상통했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야구를 향한 그의 열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4일까지 8경기에서 방어율 2.38(11.1이닝 3자책점)로 불펜에 힘을 보태며 투수로서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더 반갑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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