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구운 책] 검사의 삼국지 “삼고초려는 스토킹이었을까”

입력 2018-07-19 1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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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의 삼국지 (양중진 저|티핑포인트)

검사가 삼국지를 썼다. 검사(劍士)가 아니라 검사(檢事)다.

검사가 웬 삼국지 이야기냐 싶을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의 수많은 고전 중에서도 삼국지는 각별하다. 동양의 고전이지만 인지도와 판매량은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 책은 물론 영화, 드라마, 연극, 만화 등 삼국지는 끊임없이 다양한 장르, 해석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검사의 삼국지’는 삼국지를 법과 묶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법률로 삼국지를 풀었다. 도원결의부터 제갈공명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삼국지의 명장면들이 이 책에선 ‘사건’이 된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0년 검사로 첫 발을 디딘 이후 서울, 부산, 광주, 고양, 남원에서 근무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법무담당관, 법무부 부대변인, 대전지검 공주지청장,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등을 거쳤다.

삼국지에서 독자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안겨주었던 장면들. 그런데 이 장면들에 법률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상당수가 불법이다. 저자는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법률적 근거와 다양한 사례로 증명한다.

책 속에서는 분명 감동적인 일이지만 지금 그렇게 했다가는 ‘콩밥’을 먹을 일이 수두룩하다. 삼국지는 이렇게 저자의 해법에 의해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선사하는 고전으로 다시 태어난다.

예를 들어 유비, 관우, 장비가 뜨거운 우정을 나누며 맺은 도원결의 편을 보자. 민법은 법정혈족이 될 수 있는 사유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형제자매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안타깝지만 유비, 관우, 장비는 법적으로 친족 관계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상속권도 가질 수 없다. 유비와 장비는 먼저 간 관우의 분신과도 같은 적토마와 청룡언월도를 상속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관우에게는 입양한 아들 관평이 있었다.

결혼에 대한 편도 재미있다. 초선은 여포와 혼사가 오갈 당시 만 나이로 15세였다. 따라서 아버지인 왕윤이 아무리 동의한다고 해도 유효하게 결혼할 수 없다. 민법의 눈으로 보면 초선과 여포는 어차피 결혼할 수 없는 사이였다.

유비는 손권의 여동생인 손부인과 결혼했다. 당시 유비는 50세, 손부인은 17세였다. 손권의 어머니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유비의 성품이 좋다는 이유로 결혼을 승낙했다. 하지만 우리 민법상 적법하게 결혼하기 위해서는 유비는 손부인이 만18세가 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만18세가 되면 부모의 동의가 있을 경우 결혼할 수 있다.

‘동탁암살-조조는 유죄일까, 무죄일까(절도와 사기)’, ‘장비의 혈기-무전취식은 범죄일까(사기)’, ‘오관육참-관우는 적토마를 돌려줘야 할까(증여와 증여의 해제)’, ‘정판교를 막아선 장비의 책임은(일반교통방해죄와 상린관계)’, ‘허저의 음주(음주운전과 위험운전치사상)’, ‘화타와 조조-화타의 설명은 충분했을까(의사의 치료와 설명의무)’ 등 목차의 항목만 봐도 흥미가 솟는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는 삼고초려 편에서는 결국 웃음이 터졌다.

‘삼고초려-열 번 찍어도 될까’의 부제는 ‘스토킹과 협박’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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