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봄이가도’ 전석호 “아내 잃은 남편役, 쉽지 않았죠”

입력 2018-09-20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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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봄이가도’ 전석호 “아내 잃은 남편 役, 쉽지 않았죠”

배우 전석호가 최근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를 통해 깜짝 등장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진상 고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실감나는 연기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영화 ‘봄이 가도’를 통해서는 헤어스타일부터 연기까지 완벽한 변신을 시도했다. 잊혀지면 안 되는 사건과 관련해 이야기를 다루는 이번 영화에서, 전석호는 아내를 잃은 남편의 감정을 스크린을 통해 전달했다.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 연기를 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터. 그가 ‘봄이 가도’에 출연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작품 선택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물론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하죠. 근데 처음부터 개봉을 염두에 두고 했던 작품은 아니었어요. 우리끼리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한 번 쯤은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사실 이렇게 개봉까지 오게 될 줄 몰랐어요. 오히려 망설였다면, 그 이유는 제가 그들의 삶을 보여줄 수 있는 그릇이 되나 싶었기 때문이죠. 감독님이 하자고 했을 때 못하겠다는 망설임보다는, 어떻게 보여져야할까 고민이 컸어요. 사회적 문제는 전혀 없었고요.”

세월호 사건은 여전히 다루기 예민한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관련된 영화들이 많은 관객들에게 선보인 적이 있고, 이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관객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민감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것만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또 2014년 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크게 와 닿기도 했고요. 그리고 또 그런 부분에서 세 작품이 다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어요. 작품적으로만 접근하면 거부할 이유가 없었죠.”

대부분의 배우들은 세월호 사건을 다룬 영화 촬영을 위해 미리 세월호와 관련된 다큐를 찾아보며 그들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길 바라곤 했다. 전석호는 어떤 식으로 영화를 준비했을까.

“전 다큐를 전혀 안 봤어요. 이 영화를 찍기 전에, 충분히라고 표현하긴 그렇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 관심과 생각이 많았거든요. 그 일에 대해서요. 그리고 지금 제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만큼만 표현하고 싶었어요. 더 거대하게 포장하는 게 아니라요. 배우 전석호,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생각하는 일에 제가 가지고 있는 마음만큼이라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더 안 찾아봤죠. 충분히 겪고, 이야기를 듣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봄이 가도’에서 전석호는 아내를 잃은 이후에,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남편을 연기했다. 그도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로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느끼는 부분이 많았을 터.

“쉽지 않았어요. 심적으로 힘들었죠. 이걸 표현해야 한다는 거,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거, 그게 제일 쉽지 않았어요.”

실제로 전석호는 ‘봄이 가도’를 위해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스크린 속 그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슬픔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아내를 잃은 남편, 이런 역할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는 많아요. 그리고 그 사건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아니었죠. 우리는 그게 아니라, 거기에 남은 사람들을 이야기한 거였어요. 그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고맙겠고, 힘이 된다면 너무나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뭔가가 오버랩 되면서 뜨거워졌던 것 같아요. 찍을 때는 이 정도로 느낄 수 있을지 몰랐어요.”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을 만나고 있는 전석호, 그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저도 언젠간 잊힐 것 같아요. 잊혀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배우라는 건 항상 기억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좋은 배우가 나올 것 같고요. 배우로서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건 욕심이에요. 잊히는 것도 자연스러운 거죠. 지금 제가 살고 있는 한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지만, 대단한 사람이 돼서 회자되기 보다는 언젠가는 잊힐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것도 겸허히 받아들여야하고요.”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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