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협상’ 현빈 “위안 주는 배우 되고파, 소수라도 좋다”

입력 2018-10-1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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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화 ‘공조’와 ‘꾼’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던 배우 현빈이 또 한 번 변신을 꾀했다. 이번에는 인질범이다. 필모그래피 사상 최초의 악역. 그가 연기한 ‘협상’의 인질범 민태구는 태국에서 한국 기자와 경찰을 납치한 뒤 이유도 목적도 조건도 없이 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벌인 장본인이자 경찰청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제 범죄 조직 무기 밀매업자. 감정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지닌 캐릭터로 손예진이 연기한 협상가 하채윤과 대립하는 인물이다.

하채윤과의 ‘협상’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에 선 민태구는 당최 어디로 튈지 모른다. 날뛴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과 ‘내 이름은 김삼순’ 등에서 보여준 로맨틱한 모습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새롭고 신선하다.

“관객들이 제가 연기한 민태구를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해요. 제가 보고 느낀 대로 관객들에게 전달될지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걱정보다는 기대가 더 큰 것 같아요.”

현빈은 ‘협상’을 선택한 이유로 ‘도전’을 꼽았다. 도전은 두 가지. 배우로서는 색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이고, 영화인으로서는 또 다른 방식을 시도하는 것에 참여하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죠. 기존의 제 이미지는 아무래도 로맨틱 코미디 같은 달달한 작품 속의 모습인 것 같아요. 그런 캐릭터들을 많이들 좋아해주셨으니까요. 기존 이미지와 오차 범위가 큰 캐릭터를 보여드릴 때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폭도 크지 않을까 싶어요. 작품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름대로 변신과 도전은 계속 해왔다고 생각해요. 항상 새롭고 다양한 소재로 관객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협상’은 독특한 촬영 방식을 시도한 작품이다. 현빈과 손예진의 ‘날 것’의 연기를 담기 위해 실시간 이원 촬영 방식으로 진행됐다. 미리 촬영된 영상을 보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른 공간에서 모니터를 통해 동시에 연기를 주고받은 것. 현빈이 ‘협상’에 흥미를 느낀 지점이 여기에 있었다.

“‘협상’이라는 소재도 재밌었고요. 모니터만 보고 상대 배우와 연기하는 게 어떤 느낌일 지도 궁금했어요. 저는 처음 해보는 방식이라 걱정과 우려가 있긴 했지만 이 영화에 잘 맞겠다 싶었죠. 인이어를 통해서 상대의 호흡과 목소리를 들어야 하니까 처음에는 이질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익숙해졌고 또 그런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연극하 기분도 들어서 재밌었어요.”


동갑내기 손예진과의 첫 호흡에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되게 털털하더라고요. 뭐랄까. 내적인 흥이 있는 분인 것 같아요. 하하. 호흡 좋았어요. 예진 씨가 힘들었을 거예요. 민태구는 자유자재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지만 하채윤은 민태구의 요구를 받고 리액션을 해야 하는 캐릭터거든요. 주로 앉아 있다 보니 동작이 크지도 않아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되게 잘 해줬어요. 모니터로 보면서 연기할 때도 ‘눈이 되게 좋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큰 화면으로 다시 보니 더 강하게 와 닿더라고요. 한 공간에서 연기하는 장면은 거의 없어서 아쉬움도 남아요. 다른 장르에서 다시 한 번 꼭 만났으면 좋겠어요.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도 좋을 것 같아요.”

‘협상’에 이어 현빈의 다음 작품은 25일 개봉하는 영화 ‘창궐’과 12월 방송 예정인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두 작품 모두 ‘협상’의 민태구만큼 새로운 현빈을 기대케 한다. 더불어 ‘협상’처럼 현빈이 새로운 시도에 동참한 작품이기도 하다.

“요즘은 정말 새로운 소재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처음으로 시도되는데 잘 표현된다는 어떤 작품이 될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첫 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증강현실(AR)을 소재로 했어요. 한국에서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촬영 방법이 도입돼 기대가 커요.”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현빈에게 배우로서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관객들에게 위안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조금이나마 다른 작품과 캐릭터가 쌓여가기를 바라요. 그리고 ‘현빈이라는 배우’를 돌아볼 때 관객들에게 위안이 됐으면 해요. 제 작품을 보면서 즐기거나, 오랜 여운이 남거나, 현실에서의 걱정거리를 잊거나. 짧든 길든 잠시나마 위안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모두를 충족시킬 수는 없겠죠. 소수라도 그렇게 느껴주는 분들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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