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O
● 새 공인구, 홈런 30%·득점 12% 감소
KBO는 지난 시즌 종료 후 공인구 반발계수 허용범위를 0.4034¤0.4234로 낮췄다. 국제대회 경쟁력 상실 원인 중 하나를 공인구에서 찾았고, 기형적인 타고투저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더해졌다. 이론대로면 비거리가 3m 정도 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아직 전체 일정의 10%도 소화하지 않았지만 타고투저 완화의 기미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KBO리그는 8일까지 총 69경기를 치렀다.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하면 여러 기록이 눈에 띈다. 2018시즌 69경기를 소화했을 때 리그 타율은 0.277이었지만 올해는 0.256으로 2푼 이상 떨어졌다. 홈런도 173개에서 121개로 30%, 득점도 736점에서 649점으로 12% 가까이 감소했다. 볼넷은 다소 상승했지만 OPS(출루율+장타율)는 0.791에서 0.723으로 줄었다. 볼넷이 늘어난 것보다 장타가 줄어든 것이 더 크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는 물론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지난해와 올해 공인구의 차이를 모르겠다”고 갸우뚱했던 모습과 딴판이다.
● 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인구 효과는 현장에서 가장 먼저 실감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기록 이상의 변화를 느끼는 이가 대부분이다. 유지현 LG 트윈스 수석코치는 “타구 속도가 포구 지점에서 뚝 떨어진다. 외야수들이 끝까지 따라가서 잡는 경우가 많아졌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올 시즌 전체 홈런 수가 줄 듯하다”고 전망했다.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은 “지난해까지는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팍!’ 소리가 났다면 올해는 ‘퍽!’이다. 공을 잡아도 물컹한 느낌이 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일 이러한 변화가 고착화되면 ‘공이 덜 나가서 투수한테 유리하다’는 명제 이상의 변화가 생긴다. 투수들의 부담은 줄고 타자들은 장타 희망을 줄이게 된다. 손혁 SK 와이번스 투수코치는 “공이 덜 나간다면 투수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마인드의 변화만으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점쳤다. 손아섭은 “거포가 아닌 나 같은 선수는 이제 단타만 노려야 한다. 공을 띄우니 잡힌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선수들이 느끼는 변화는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KBO 공인구 제작업체인 스카이라인은 1차 수시검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반발계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스카이라인 측은 늦어도 4월 말~5월 초까지는 새 기준에 부합하는 공인구를 배포할 전망이다. 즉, 지금까지는 예년보다는 줄었지만 아직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공인구로 시즌을 치러온 셈이다. 기준치에 맞는 공인구라면 타고투저 완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공필성 롯데 수석코치는 “1차 수시검사 불합격 이후 반발력이 점차 약해지는 것 같다. 100% 기준에 맞는 공이라면 타자들에게는 더욱 쉽지 않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