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여정 저 | 틈새책방)
400년 전의 런던과 현재의 런던을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글 솜씨와 풍성한 이야기로 이어놓았던 베스트셀러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2018·바다출판사)’의 최여정 작가가 1년 만에 신간을 내놨다. 이번엔 좀 더 ‘노골적인’ 연극 얘기다.
공연, 문화 기획자이자 마케터인 저자는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채 1기로 입사하면서 공연장으로의 출퇴근을 시작했다. 매일 밤이면 무대를 지켜보며 연극과 사랑에 빠졌다. 대학로에 연극광풍을 불러일으킨 연극열전에서 ‘연극’과 ‘흥행’을 놓고 고민하며 성공의 달콤한 맛도 봤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에서는 한국 창작연극을 알리는 일을 하며 공연에도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신작 ‘이럴 때, 연극’은 ‘마음의 허기를 달래 줄 연극 처방전’이라는 깜찍한 부제가 달려있다. 이 책의 정체를 한 줄로 드러내자면 ‘연극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아서 밀러의 저 유명한 ‘세일즈맨의 죽음’을 시작으로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 헤럴드 핀터의 ‘더 러버’,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이르기까지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희곡들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 이 작품들이 올려진 무대, 영화를 통해 희곡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무대와 연출 그리고 배우에 따라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서술해 놓았다.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당대의 시대상과 희곡 작가들의 이야기는 작품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저자가 연극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 연극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은 이 책을 읽는 덤의 재미다.
당신은 ‘연극’이란 장르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이 책이 당신의 키를 훌쩍 크게 해 줄 것이다. 이번 주에는, 연극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