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만 바꿨을 뿐인데…” 포크볼 앞세운 문광은의 대반전

입력 2019-07-11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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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적인 포크볼로 ‘대반전’을 쓰고 있다. 야구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LG 트윈스 문광은(32)의 이야기다.

불펜진의 새로운 필승 카드로 급부상했다. 추격조로 시즌을 출발했지만, 최근 2연속경기(4일 한화 이글스전·7일 KIA 타이거즈전) 홀드를 챙기면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고 있다. 올 시즌 17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3.12(3홀드)를 기록하며 호투를 거듭하는 중이다. 2018년 7월 SK 와이번스로부터 트레이드 이적해 6경기, 평균자책점 12.15를 남긴 뒤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한 아쉬움을 조금씩 털어내고 있다. 문광은은 “지난해 1군에서 말소되면서 오로지 2019년만 생각했다. 무조건 아프지 않아야 했다. 재활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고 돌아봤다.

포크볼에 일가견이 있는 최일언 투수 코치의 조언이 놀라운 반전을 이끌어냈다. 문광은은 포크볼을 제2구종(26.1%)으로 쓰는데 기존의 그립에서 손가락 위치만 조금 바꿔 효과를 냈다. 그는 “그립을 바꾼 뒤로부터 포크볼에 대한 타자들의 헛스윙 비율이 높아졌다”며 “연습을 오래 한 것도 아니다. 그날 배워 곧장 경기에 적용했는데 효과를 봤다. 코치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신인 시절 SK에서 최 코치님과 지낸 기억이 있다. 당시 2년을 함께 보내고, 8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괜히 오래 본 사이 같다”며 애틋한 마음을 꺼내 보였다.

문광은을 향한 류중일 감독의 신뢰 역시 날로 두터워진다. 주자가 쌓인 위기 상황이면 곧잘 문광은을 찾는다. 문광은은 올 시즌 팀 내에서 승계주자의 수(17명)가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이 중 단 2명에게만 득점을 허용했을 만큼 위기 때 유독 강하다.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은 0.118에 불과하다. “요즘 마운드에서 와인드업을 하지 않고 세트 포지션만 취한다”고 웃어 보인 문광은은 “주자를 따질 때가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 나를 내보내 준다는 것 자체로 감사하다. 계속 믿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스스로는 “결과가 좋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라고 하지만 이제 문광은의 공에는 자신감과 힘이 한껏 실려 있다. 특히 몸쪽 승부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면서 유리한 볼카운트로 타자들과 싸울 수 있게 됐다. 그는 “작년에는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다. 올해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며 “감독, 코치님의 믿음 덕분에 나도 모르게 힘이 솟는다”고 힘 줘 말했다. 이어 “나는 필승조인 (고)우석, (정)우영이가 잘 던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며 “팀의 믿음에 꼭 보답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혔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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